[우리아이 어떡하죠?]신민섭/사춘기 반항은 정서불안탓

  • 입력 1999년 10월 31일 19시 59분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이 체험을 바탕으로 쓰는 이 칼럼은 매주 월요일 게재됩니다. 10대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는 청소년보호위원회(02―735―6250)로 연락하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말도 잘 듣고 모범생이었는데 중학교에 들어가더니 반항하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요. 머리염색을 하고, 귀고리를 하고,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시는 것 같아요. 학교에 무단결석하고 패거리들과 어울려 며칠씩 외박하고 안들어와요. 오락실에 갈 비용을 마련하느라 초등학생을 위협하고 돈을 빼앗기도 해요. 야단치면 욕을 하고 협박하듯이 말을 해요.”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로부터 자주 이런 호소를 듣는다. 어떤 부모들은 자녀들의 이러한 문제행동에 대해 “사춘기라서 그러려니”하고 가볍게 생각하기도 한다. 어떤 부모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고 걱정하고 당황해한다. 혹은 자녀의 문제행동에 심한 분노 표현을 하고 신체적 체벌을 가하기도 한다.

사회적 규범을 위반하거나 반항적인 행동을 보인다고 모두 비행 청소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상당수 청소년들은 비행보다 정서적 문제가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 청소년기에 이르러 갑자기 나타나는 비행이나 문제행동은 우울이나 좌절감과 같은 정서적 문제가 행동적으로 표출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청소년은 성인과는 달리 우울할 경우 여러 가지 문제행동을 보인다. 예컨대 공격적 행동, 무단 결석, 불복종, 가출 등 일반적으로 품행 장애의 특징으로 간주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과거에는 비교적 모범적이고 행동을 잘 통제하다가 상실 좌절 실망 등을 경험한 뒤 비행을 저지르는 것도 청소년기 문제행동의 독특한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내면의 정서적인 문제로 문제행동을 할 때 이를 ‘위장된 우울증’ 혹은 ‘가면쓴 우울증’이라 한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문제행동을 할 때 ‘나쁜 아이’라고 단정짓고 엄하게 야단치기보다는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언제부터 그러한 문제를 보였는가? 그 당시 환경적인 요인은 없었는가? 아이의 얼굴 표정이 밝지 않고 우울해 보이는가? 집이나 학교에서 즐거움을 느낄 만한 일이 있는가? 요즘 들어 자주 짜증을 부리지 않는가? 학교에서나 일상적인 활동에서 흥미가 감소되지는 않았는가? 만일 행동 문제가 우울한 요인에 기인된 것이라면 자녀를 수용적으로 따뜻하게 대해주는 자세가 무엇보다 먼저 요망된다.

비교적 정상적이라 할 수 있는 청소년들은 충동 조절을 하는데 심한 어려움을 경험하지는 않는다. 부모에게 비판적이 되기도 하지만 격노의 형태로 표현되지는 않으며, 간혹 반항적인 행동을 보이나, 대체로 반사회적이거나 불법적인 정도로까지 표출되지는 않는다. 이같이 사춘기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문제라면 청소년들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반항적 행동도 점차 감소하게 된다.

신민섭(서울대의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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