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약 농산물’ 언제까지

  • 입력 1999년 10월 19일 18시 52분


식탁의 안전문제가 논란이 돼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가장 기본적 식품인 농산물이 ‘농약범벅’이라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똑같은 문제가 부단히 제기돼 왔는데도 달라진 것이 없다. 농민들은 생산량을 늘리고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기준치 이상의 농약과 살충제 등을 마구 뿌려대고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당국은 속수무책으로 예산이나 인력, 장비타령이나 하고 있다. 그런 사이 소비자인 국민은 매일같이 인체에 유해한 잔류성 농약을 몸속에 축적해 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연구원이 최근 경기 경상 충청 전라도 등의 산지에서 채취한 상추 깻잎 오이 고추 사과 배 포도 레몬 등 8종의 야채와 과일류의 잔류농약을 검사한 결과 일부 품목에서 사용이 금지된 농약이 검출되거나 허용기준치를 수배씩이나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상을 따지고 보면 이런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우리의 논과 밭에 해마다 뿌려지는 농약은 ㎢당 1205㎏으로 캐나다의 28배, 미국의 14배나 되며 뉴질랜드보다는 무려 48배나 높은 수준이다. 그 가운데는 소량만 섭취해도 정신착란 호흡곤란 간염을 일으키는 DDT와 클로르데인 등의 맹독성 농약과 기형아출산 왜소증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클로르피리포스 같은 농약도 있다. 그같은 농약이 검사때마다 기준치의 수백배씩이나 초과 검출된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 때문에 하루하루 국민건강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전국토 또한 잔류 농약이 계속 쌓이면서 날로 황폐해지고 있다. 실제로 농촌지역의 지하수 48%가 농약의 잔류물로 인해 식수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실정이 이런데도 당국의 대처는 안이하다. 모든 농약은 농약사용 지침에 따라 용도와 용량이 엄격히 제한되어야 하지만 산지에서 농약사용의 체계적인 지도나 단속은 사실상 엄두도 못내고 있다. 도매시장에서의 잔류농약에 대한 검사도 형식적이긴 마찬가지다. 그나마 농산물이 유통된 뒤에야 농약 잔류 여부가 확인되는 검사체제다. 당장 이것부터 개선해야 한다. 출하 유통 판매 등의 모든 단계에서 농산물의 안전성을 담보할 검사체제를 하루빨리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농약과 화학비료 등의 사용을 선진국 수준으로 줄여가야 한다. 구호만의 환경농업육성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친환경농업정책과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 농업을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육성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친환경농업으로의 전환은 필수불가결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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