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초점/과기위]野 "정권관리용 도청감청 관행 끊어라"

  • 입력 1999년 9월 29일 19시 31분


예상대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는 첫날부터 도청 감청 공방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29일 정보통신부에 대한 국감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도 감청 공포가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 목청을 높였다. 또 일부 여당의원들도 ‘통신의 자유’를 강조하며 가세,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전10시, 국감이 시작되자마자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요청, “남궁석(南宮晳)정보통신부장관이 감청시설 관리를 관련 수사기관에 이관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는 인권을 경시한 것”이라면서 “먼저 사과를 받고 국감에 들어가자”고 주장했다.

이에 이해찬(李海瓚) 정동영(鄭東泳) 김영환(金榮煥)의원 등 국민회의 의원들이 나서 “답변과정에서 설명을 듣자”고 막아섰고 다시 김형오의원이 “왜 의원들이 끼어드냐”고 반박하는 등 실랑이를 벌이다 정회하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오전11시20분경 재개된 국감에서 한나라당 조웅규(曺雄奎)의원은 “22일자 주요일간지에 실린 ‘국민여러분, 안심하고 통화하십시오’라는 광고는 지난해 국감에서 도 감청이 문제되자 정부 관련부처가 합동으로 11월4일자 주요일간지에 낸 ‘안심하고 통화하세요’ 광고와 똑같은 내용”이라면서 “정통부 등 관련 부처는 1년 동안 뭘 했느냐”고 추궁했다.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의원은 “수사상 필요의 차원을 넘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정권관리용 도청은 우리가 여당하던 시절부터 내려오던 관행이었다”고 전제한 뒤 “‘국민의 정부’라면 국민을 일일이 관리할 수 있다는 오만하고 무자비한 생각을 과감히 끊으라”고 촉구했다.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의원도 “이 문제는 여야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국민이 통신자유와 통신인권을 보장받는 것이다”고 거들었다.

또 국민회의 정호선(鄭鎬宣)의원은 “휴대전화의 경우 똑같은 전화기를 복제하면 감청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무소속 홍사덕(洪思德)의원은 “우리나라에 도입된 전체 도 감청시설 능력으로 일시에 600만명에서 1200만명을 도청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이렇게 많은 장비 도입을 결정한 것은 무차별로 도청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 아니냐”고 목청을 높였다.

김형오의원은 “여야 모두 도 감청에 심각한 문제점을 느끼고 있는 만큼 여야 공동으로 ‘감청 및 정보제공 실태조사단’을 구성하자”고 제의하면서 “국정원의 감청시설은 전혀 내역이 파악되지 않는 만큼 실태조사단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동영의원은 “국회의원들이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만 제출하고 통과시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감청 문제 제기가 정파적 이익을 위해 제기되는 정치공세가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한나라당측을 겨냥했다.

이해찬의원도 “올들어 감청이 줄고 통신 정보제공은 늘었으나 정통부 자료에 정보제공이 감청과 구분이 안돼 있어 감청이 늘어난 것처럼 혼선을 준다”며 감청이 감소됐음을 강조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김철(金哲)의원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나오길 기대하고 마침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유력한 후보자라니 대단히 기대된다”며 “그러나 우리가 대외적으로 ‘도청왕국’으로 알려진다면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겠느냐”고 비꼬았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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