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통치행태가 어떠하든 무릇 정치에는 민심을 읽는 일이 중요하다.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읽고 그것을 제대로 국정에 반영하느냐다. ‘민심 읽기’란 자칫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대통령은 종종 ‘청와대 막걸리 파티’를 통해 민심을 읽고 여론을 들었다고 하는데 과연 그 파티에 초청된 인사들이 생생한 민심을 전할 수 있었을까. 전두환대통령은 한밤중 불시에 군부대나 파출소 구청 등을 돌아보는 ‘기습시찰’을 했고, 노태우대통령은 주로 친인척으로부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김영삼대통령의 경우 집권중반 이후부터는 ‘사람 만나기’를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추석 ‘남대문 시장 민심’을 두고 김대중대통령과 이회창한나라당총재가 상반된 풀이를 했다고 한다. 김대통령은 경기가 많이 나아진 분위기라는 것이고, 이총재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기야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하는 말도 달라질 수 있고, 듣기에 따라 같은 말도 달리 해석될 수 있겠다. 어느쪽이 아전인수(我田引水)일까.
〈전진우 논설위원〉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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