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전진우/'아전인수' 추석 民心

  • 입력 1999년 9월 27일 18시 44분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부사 변학도를 응징하고 춘향이를 구출해냈다고 하지만 조선시대 암행어사가 모두 이몽룡처럼 출두(出頭)를 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잠행순찰을 마친 후 임금에게 서면보고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는데 이를 복명(復命)이라고 했다. 암행어사란 명칭은 1509년(중종4년) 기록에 처음 나타나고, 마지막 암행어사는 1892년(고종 29년) 전라도에 내려갔던 이면상(李冕相)이었다고 하니 이 제도가 500년 조선왕조에서 큰 버팀목 역할을 해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통치행태가 어떠하든 무릇 정치에는 민심을 읽는 일이 중요하다.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읽고 그것을 제대로 국정에 반영하느냐다. ‘민심 읽기’란 자칫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대통령은 종종 ‘청와대 막걸리 파티’를 통해 민심을 읽고 여론을 들었다고 하는데 과연 그 파티에 초청된 인사들이 생생한 민심을 전할 수 있었을까. 전두환대통령은 한밤중 불시에 군부대나 파출소 구청 등을 돌아보는 ‘기습시찰’을 했고, 노태우대통령은 주로 친인척으로부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김영삼대통령의 경우 집권중반 이후부터는 ‘사람 만나기’를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추석 ‘남대문 시장 민심’을 두고 김대중대통령과 이회창한나라당총재가 상반된 풀이를 했다고 한다. 김대통령은 경기가 많이 나아진 분위기라는 것이고, 이총재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기야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하는 말도 달라질 수 있고, 듣기에 따라 같은 말도 달리 해석될 수 있겠다. 어느쪽이 아전인수(我田引水)일까.

〈전진우 논설위원〉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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