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정갑영/'기업지배구조개혁'기획 참신

  • 입력 1999년 9월 27일 01시 09분


경제정책에 대한 일반의 이해나 뉴스의 비중은 의외로 왜곡된 경우가 많다. 그것은 경제현상을 논리에 맞지 않는 편견으로 해석하거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객관적 입장에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제이론 자체가 너무 난해한 까닭일 것이다. 경제문제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재벌개혁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지배구조 논의도 이 범주에 해당된다. 지배구조 개선이 갖고 있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관심이나 사회적 인식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의미에서 지배구조를 다룬 전문가 토론회(22일자)는 일간지로서는 크게 돋보였던 기획으로 평가된다.

지배구조가 왜 그처럼 중요한 문제인가? 기업은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경영되며, 누가 통제하느냐에 따라 소유와 경영 및 지배구조가 결정된다. 이 세 축의 삼각형이 어떻게 균형을 갖출 수 있느냐가 기업의 모든 것을 좌우하게 된다. 한국 재벌은 소유가 상당히 분산됐음에도 불구하고 총수 1인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지배구조를 유지했기 때문에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됐다.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와 감사제도를 어떻게 개편하고 누구를 참여시키느냐가 지배구조의 핵심과제가 되고 있다. 실제 지배구조의 개혁은 경영시스템의 심장부를 수술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다. 기업 개편의 방향은 선진국 수준의 경영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그러나 기업은 투명성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조직이며, 효율성도 동시에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사회 문화적 여건을 간과하고, 선진국의 지배구조를 그대로 복사해서도 안된다. 적합한 한국적 모형을 모색하면서 점진적으로 도입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율성은 접어둔 체 투명성의 제고만을 강조하는 개혁이 너무 빠르게 법제화되는 것은 우려할만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이 중요한 이유는 또 다른 시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직도 한국 사회의 너무 많은 부문이 전근대적인 지배구조를 관행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행정부의 의사결정이 누구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보면 너무나 명약관화하다. 재벌의 총수 못지 않게 절차적 민주성이나 대표성은 물론이고, 법제화한 권한마저 도외시한 체, 특정인에 의해 결정되는 일이 너무 많다. 공기업과 금융기관이 오히려 기업보다 더 왜곡된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민간기업에게 권고하기에 앞서 정치권 행정부 공기업 금융부문에서 먼저 선진화한 지배구조의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 이것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창달하는데 가장 중요한 선결요건이다. 언론의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도 이런 차원으로 발전돼야만 할 것이다.

지난주에는 새 천년의 D-100을 맞는 다양한 기획기사도 돋보였다. 그러나 단순한 행사위주의 보도보다는 새 천년을 지향하는 한국적 좌표나 바람직한 문화의 정립을 위해 캠페인이 마련된다면 지면의 가치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앞으로 등장할 수없이 많은 새 천년의 기사들을 항상 새로운 느낌으로 소화해 낼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매일 아침 읽을거리가 없는 내용이 사진이나 큰 제목으로 각색된 기사를 대할 때 가장 실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갑영(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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