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심규선/日 '노인 孤獨死'

  • 입력 1999년 9월 11일 19시 21분


일본어에는 ‘고독사(孤獨死)’라는 단어가 있다. 돌보는 사람이 없는 노인이 혼자서 죽는 것을 말한다.

‘노노개호(老老介護)’라는 말도 있다. 노인이 다른 노인의 말년을 돌보는 것이다. 90대 부모를 70대 자식이 돌보는 경우 등이다.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핵가족화와 고령화가 만들어낸 새 단어들이다.

10일 오후 가나가와(神奈川)현 지가사키(茅ケ崎)시에 사는 77세의 쌍둥이 자매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언니는 영양실조로 동생은 뇌출혈로 숨졌다.

자매는 가족도 자식도 없었다. 병치레가 심한 언니를 동생이 돌보며 살아 왔다. 경찰은 동생이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진 뒤 식사를 하지 못해 언니마저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할머니들의 죽음은 15일 ‘경로의 날’을 앞두고 할머니들에게 ‘축하금’을 전해 주러 갔던 마을 민생위원에 의해 20일이 지나 알려졌다. 축하금이 조위금이 된 셈이다.

지가사키시는 병들거나 혼자 사는 노인에게 매일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나 숨진 자매는 이 서비스를신청하지 않았다.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인구의 16.5%. 일본정부는 이에 따라 내년 4월부터 획기적인 노인복지제도를 실시한다. 개인의 보험료와 정부 보조로 노인들이 집에서 치료나 목욕, 재활서비스를 받게 할 예정이다.

그래도 가족이 없거나 이웃과 잘 어울리지 않는 노인, 노인끼리만 살 경우에는 여전히 고독사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쌍둥이 자매의 죽음은 고령화사회로 치닫는 일본의 ‘그늘’을 잘 보여 준다.

심규선(도쿄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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