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성수/임대주택 활성화로 전세금 안정을

  • 입력 1999년 9월 11일 19시 21분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전세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일부 중소평형 아파트단지에서는 전세가가 주택가격의 70% 수준을 넘어서면서 주택 매매가격과 동반상승 경향도 나타난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가 시작된 후 급락했던 전세가격은 중소도시에서는 이미 95년 수준을 상회했다. 서울은 IMF 관리체제 직후에 비해 약 13% 정도 상승했다. 95년 서울의 전세가격을 100이라 했을 때, 98년에는 81.5%였으나 99년 6월말 현재 91.9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전세가격 상승은 내년과 같은 짝수년에는 더욱 가파라지는 경향을 보여준다.

전세가격 앙등은 공급의 축소와 수요의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97년 이전에 사업 승인을 받아 금년중 입주해야 할 주택 22만7000 가구의 건설이 주택건설업체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돼 입주할 수 없게 됐다. 이같은 공급부족과 함께 IMF 관리체제이후 주춤했던 분가(分家) 수요가 다시 증가하면서 전세 수요가 작년 말부터 예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서울의 저밀도 아파트지구 재건축사업의 본격화로 인한 전세수용 물량의 감소와 이주에 따른 전세입주 수요의 증가는 전세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을 주었다. 저밀도지구 재건축사업에 다라 철거될 5만여 가구라는 물량은 전체 서울시내의 주택수 189만5000가구의 2.6%가 넘는 엄청난 양이다.

내년 상반기 사업 착공과 이에 따른 철거를 위해 금년 하반기에는 주민 들이 집을 비워야 한다. 강남지역 저밀도 지역 아파트 거주자들은 자녀 교육 및 생활 여건이 좋은 아파트를 찾아 강남 강북은 물론 신도시에까지 전세를 찾아나서 결국 수도권 전체시장이 동요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IMF 관리체제 이후 신규주택 건설물량이 감소한데 따른 주택가격 상승요인도 있다. 98년 주택건설량은 허가 기준으로 30만6000 가구로 전년대비 48% 감소했으며 99년 6월말 현재 12만7000 가구로 98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매년 60만 가구 주택을 건설해 2002년에는 주택보급율 10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매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설사 억지로 주택을 건설한다 하더라도 수요 부족으로 미분양으로 남아 주택건설업체의 부담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위축된 주택수요가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중의 유휴 자금을 임대주택산업으로 유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임대용주택을 건설하는 주택 정책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부동산 투기의 방지를 명분으로 시중 여유 자금이 임대주택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가로 막았던 기존 정책은 물량부족에 따른 보다 치명적인 시장의 혼란을 생각할 때 하루 속히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과 보험사 가 임대주택산업에 진출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며 단 한채의 임대주택을 갖고 있더라도 세금감면 등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전체 가구의 약 절반인 605만 가구가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는 점을 정책 당국은 직시해야 한다. 눈앞에 닥쳐온 전세대란과 주택시장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도록 임대주택 부분 투자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임대주택 물량을 확보해 전세 시장을 안정시키는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 꾸물거리다가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장성수(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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