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변학도는…’ 관객과 호흡 돋보인 패러디극

  • 입력 1999년 9월 1일 18시 34분


서울 종로구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8월25일부터 1주일간 펼쳐진 극단 천막무대의 ‘변학도는 왜 춘향이에게 삐삐를 쳤나’는 객석 중심의 연출이 돋보이는 연극이었다.

“실제 천막극장을 만들어 공연을 하고 싶었다”는 연출가 김형태의 말처럼 마당극의 생명은 관객과 호흡하는 열린 무대. 80년대 마당극이나 놀이패 공연의 명사회자였던 ‘꼭두쇠’ 박철민은 마치 TV쇼프로의 ‘바람잡이’ 무대감독(FD)처럼 관객의 박수와 추임새를 유도했다.

이 연극은 춘향전을 패러디한 작품. 출세에 눈먼 춘향은 변사또를 유혹하고, 방자와의 사랑을 지키려는 향단은 옥에 갇힌다…. 밤무대가수 힙합댄스 이동통신 등에 대한 풍자와 해학으로 극장을 찾은 20대부터 50대까지의 관객이 함께 ‘허리띠 풀어 놓고’ 맘껏 웃을 수 있는 마당극 무대였다.

가야금 대금 타악기 연주자로 이뤄진 ‘민족극악단’의 국악연주, 변사또를 유혹하는 춘향역 문상희의 농염한 연기, 할아버지 관객이 주례를 선 방자와 향단의 결혼식 등은 2년간 이 연극을 준비해 온 배우들의 열정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연극이 지나치게 에피소드의 나열로 이뤄져 클라이맥스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이 아쉽다. 특히 변사또가 물러나는 마지막 장면이 어정쩡하게 처리돼 관객과 배우가 함께 흥겹게 춤 추어야할 클라이맥스가 썰렁해졌다. 이몽룡의 ‘어사출도’가 아닌 ‘민중봉기’로 변사또가 물러난다는 메시지에 너무 집착한 탓이다.

지난 주말 4차례 공연 모두에서 전좌석이 매진됐던 이 연극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유시어터로 자리를 옮겨 9일∼10월5일 공연된다. 마당극이 강남 관객의 입맛과 어떻게 어우러질지 관심거리다. 02―3444―0651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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