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BK21' 심사는 끝났지만

  • 입력 1999년 8월 31일 18시 59분


교수들이 거리에서 반대 시위까지 벌이는 등 대학사회에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두뇌 한국(Brain Korea) 21’사업의 심사결과가 어제 발표됐다. 사업의 핵심을 이루는 ‘세계수준 대학원 육성사업’의 과학기술 분야에는 서울대 등 이른바 명문대들이 지원 대상에 주로 선정됐다. 연구능력과 그간의 실적을 감안할 때 이들 대학의 선정은 예상됐던 일이긴 하지만 심사에서 탈락한 다수의 대학들에 어떻게 선정결과를 납득시키느냐가 교육당국의 당면 과제다.

교육부는 선정된 대학에 대해 향후 7년간 모두 1조400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해 해당 대학의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부가 내놓은 선정 원칙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될성부른 떡잎’을 골라 연구비를 집중 투입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일선 대학들은 심사결과에 대해 연구비 지원 이외의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번에 지원대상으로 뽑히면 일류대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는 반면, 탈락할 경우 학교의 위상이 흔들릴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같은 대학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에 대한 위기감은 지방대학일수록 크다. 이번 사업으로 빚어지게 될 대학간 갈등 문제도 만만치 않은 해결과제다.

이번 선정에서 탈락한 대학들은 심사결과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그 까닭은 지원대상이 서울대 등 몇개 국립대에 편중된 탓이다. 서울대의 경우 과학기술 분야 대학원 육성사업에서 12개 전 부문에 지원해 모두 주관대학으로 선정됐기 때문에 다른 대학에서 이의를 제기할 만도 하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교육부가 강변한다면 나머지 대학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교육부가 채점기준 등 심사과정 전체를 공개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부의 이번 선정기준은 한마디로 경제논리에 맞춰져 있다. 나름대로 타당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일단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다음에는 ‘경제논리’로부터 비켜나 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연구비 지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7년간에 걸쳐 계속 이뤄지게 되어 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한 반대여론을 의식해 중간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과연 철저한 평가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교육부가 이번 지원을 구실로 대학의 자율을 해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과거 교육부는 대학 자율을 강조하면서도 이런 저런 이유로 운영에 관여하거나 통제하려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연구비 집행 및 연구실적에 대한 감독기능을 빼놓고는 교육부는 학문의 자유를 존중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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