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질병이 고엽제 때문이라고 의학적으로 입증된 후유증환자들은 2595명으로 국가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전상군경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문제는 후유증과 차이가 있는 후유의증(後遺疑症)환자들이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후 병을 앓고 있지만 그 원인이 고엽제로 인한 것인지 여부가 밝혀지지 않아 국가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보훈처는 후유의증 환자들의 경우도 신청을 받아 사회정책적 차원에서 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그 액수가 미미해 생계에 별 도움이 안되는 실정이다. 현재 등록된 후유의증 환자는 1만8097명에 이른다. 지금 진행중인 역학조사 결과 후유의증의 원인이 고엽제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이 입증돼야 이들도 후유증환자와 동일하게 대우받을 수 있다.
후유의증 환자들이 신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점을 생각해서도 역학조사는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그런 역학조사를 벌여 스스로 입증하기란 비용면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피해보상의 책임이 가장 큰 고엽제 제조회사와 미국정부가 그것을 서두를 리 없을 것이다. 5월 고엽제 피해자들이 미국의 고엽제 제조회사 다우케미컬과 몬사토를 상대로 국내에 등록한 특허권의 가압류신청을 서울지방법원에 낸 것도 그래서였다.
또 1월 해외참전전우회는 미국정부를 상대로 국군 고엽제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미국법원에 냈다. 그러나 미국법원은 소송 당사자로서 이 단체가 적격이 아니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전우회가 미국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근거는 브라운각서다. 이 각서는 66년10월 당시 주한미대사관이 우리 정부에 보내 온 것으로 베트남전 전사상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정부에 보낸 외교각서이므로 소송당사자도 정부가 돼야 한다는 논리다.
고엽제 피해자들이 벌이는 신병치료와 생계를 위한 보상청구 운동이 더 이상 외로운 외침이어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미국정부와 제조회사에 대한 소송을 지원하든지 외교교섭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먼 나라에까지 가서 싸운 고엽제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이행하는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