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엽제 보상' 정부가 나서야

  • 입력 1999년 8월 31일 18시 59분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자들이 후유증 치료와 보상을 받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밀림작전을 용이하게 할 목적으로 살포한 고엽제의 독성때문에 우리 참전용사중 상당수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전쟁은 끝난 지 오래지만 전사상자 뿐만 아니라 이 고엽제 피해자들도 아직 상흔이 아물지 않았음을 우리 모두가 잊어서는 안된다. 이들은 지난주에도 자신의 권익을 찾으려고 정부 중앙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현재의 질병이 고엽제 때문이라고 의학적으로 입증된 후유증환자들은 2595명으로 국가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전상군경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문제는 후유증과 차이가 있는 후유의증(後遺疑症)환자들이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후 병을 앓고 있지만 그 원인이 고엽제로 인한 것인지 여부가 밝혀지지 않아 국가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보훈처는 후유의증 환자들의 경우도 신청을 받아 사회정책적 차원에서 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그 액수가 미미해 생계에 별 도움이 안되는 실정이다. 현재 등록된 후유의증 환자는 1만8097명에 이른다. 지금 진행중인 역학조사 결과 후유의증의 원인이 고엽제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이 입증돼야 이들도 후유증환자와 동일하게 대우받을 수 있다.

후유의증 환자들이 신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점을 생각해서도 역학조사는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그런 역학조사를 벌여 스스로 입증하기란 비용면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피해보상의 책임이 가장 큰 고엽제 제조회사와 미국정부가 그것을 서두를 리 없을 것이다. 5월 고엽제 피해자들이 미국의 고엽제 제조회사 다우케미컬과 몬사토를 상대로 국내에 등록한 특허권의 가압류신청을 서울지방법원에 낸 것도 그래서였다.

또 1월 해외참전전우회는 미국정부를 상대로 국군 고엽제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미국법원에 냈다. 그러나 미국법원은 소송 당사자로서 이 단체가 적격이 아니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전우회가 미국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근거는 브라운각서다. 이 각서는 66년10월 당시 주한미대사관이 우리 정부에 보내 온 것으로 베트남전 전사상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정부에 보낸 외교각서이므로 소송당사자도 정부가 돼야 한다는 논리다.

고엽제 피해자들이 벌이는 신병치료와 생계를 위한 보상청구 운동이 더 이상 외로운 외침이어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미국정부와 제조회사에 대한 소송을 지원하든지 외교교섭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먼 나라에까지 가서 싸운 고엽제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이행하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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