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도전21]여의도 성모병원 조혈모세포 이식팀

  • 입력 1999년 8월 31일 18시 59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선지국집 ‘서글렁탕집’과 맥주집 ‘크린’의 주인은 백혈병에 대해 두 시간 이상 ‘떠들 수’ 있다. 10여년째 거의 이틀마다 들르는 단골 의사들 덕분이다. 이들은 국 한그릇, 맥주 몇병 놓고 내내 병원 얘기, 환자 얘기만 한다. 옆에서 듣는 이가 외울 만큼.

가톨릭의대 여의도 성모병원 조혈모(造血母)세포 이식팀. 백혈병 환자의 희망으로 불린다. 팀은 83년 ‘명동병원 시절’ 처음으로 조혈모세포이식에 성공했고 지난달 13일엔 세계 5번째로 1000번째 이식수술을 했다. 요즘 입원 환자 수는 200여명. 국내 성인 백혈병 환자의 70∼80%, 소아 환자는 90%가 이곳에서 새삶을 얻는다.

팀의 성공엔 ‘보스’ 김춘추교수(55)의 역할이 컸다. 스승 김동집교수에 이어 ‘골수파 2대 왕초’인 김교수는 의사들 사이에서 ‘자유인’으로 불린다. 의사 가운은 거의 입지 않으며 머리 깎는 것을 싫어해 늘 장발. 백혈병 어린이의 슬픔과 의사로서의 애틋함이 담긴 시들을 묶어 ‘요셉병동’ ‘하늘목장’ 등의 시집을 내기도 했다. 또 혼자 훌쩍 바다낚시를 떠나는 것을 즐긴다. 그 외 시간에는 환자 생각만 한다. 후배들은 그의 ‘환자 생각’에 다 ‘감염’됐다.

◆조혈모세포이식◆

조혈모세포(造血母細胞)는 한자뜻 그대로 피를 만드는 세포. 대부분 뼈 속의 골수에 들어있기 때문에 몇 년 전까지는 조혈모세포이식을 ‘골수이식’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탯줄 태반 말초혈관 등에서도 뽑을 수 있기 때문에 요즘 골수이식수술이란 말을 쓰면 ‘원시인’.

이식수술은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 치료에 주로 쓰이고 요즘엔 류머티스성관절염 루푸스 등 자가면역질환, 선천성면역결핍질환, 유방암 림프선암 난소암 등 비혈액암을 고치는 데도 쓰인다.

일부 백혈병환자의 경우 항암치료 만으로도 고친다. 그러나 나머지는 항암제를 통해 거의 피를 말리다시피하는 방법으로 암세포를 죽인 뒤 몸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으면 조혈모세포를 이식한다. 환자에겐 5㏄ 정도의 조혈모세포와 20∼25명이 ‘혈소판 헌혈’로 빼준 혈액이 필요.

이식수술은 △공여자와 환자의 ‘조직적합항원(HLA)’ 6쌍이 완전히 일치할 경우에 하는 동종이식 △자기 몸에서 조혈모세포를 뽑아내 ‘세척’한 뒤 다시 넣는 자가이식으로 나눠진다. 자가이식은 면역 거부반응이 적고 회복이 빠르지만 암 재발률이 높은 게 단점. 요즘엔 환자가 시급할 경우 HLA가 한 두 쌍 틀려도 이식수술을 한다.

◆세계 최고에 도전◆

팀은 각종 시술법을 국내에 소개했고 치료율을 높여왔다. 83년 첫 이식은 동종이식이었고 85년 자가이식에 성공. 95년 김동욱교수는 비혈연간 이식과 HLA 불일치 이식에 성공했다. 최근 팀에선 HLA가 반 이상 틀리는 경우 이식하는 방법을 연구 중.

소아과 김학기교수(51)는 “우리 병원의 최근 수술건수와 성공률은 세계 최정상급”이라며 “70년대초 세계최초로 조혈모세포이식에 성공해 90년 노벨의학상을 받은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과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가 이식을 받고 4년 동안 탈없이 살 확률은 93%, 만성골수성백혈병은 74%로 프레드 허치슨 암센터보다 각각 2% 높다. 급성림프구성백혈병과 급성골수성백혈병은 각각 70%, 76%로 프레드 허치슨에 2%씩 떨어지는 수준.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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