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개마고원

  • 입력 1999년 8월 30일 19시 16분


함경남도 북부일대에 넓게 자리잡고 있는 개마고원(蓋馬高原)은 평균 해발고도만 1천300m가 넘는 한반도 최고의 고원지대다.낭림산맥 부전령산맥과 압록강으로 둘러싸인 고원에서 보면 2천m가 넘는 산들도 경사가 완만한 구릉으로 보인다고 한다.이쯤되면 개마고원을 왜 ‘한국의 지붕’으로 부르는지 다른 설명이 필요없을 듯 하다.

▽개마고원을 가로 지르며 마라톤 연습을 한 북한의 정성옥이 스페인 세비아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는 낭보다.올림픽에서는 손기정 황영조의 우승이 있었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남북한을 통틀어 처음있는 쾌거로 기뻐하지 않을 수 없다.정성옥이 ‘다음 목표는 내년의 시드니 올림픽’이라고 밝힐 뿐만아니라 비슷한 기량의 선수가 5명이나 개마고원에서 훈련중이라니 앞으로도 북한 선수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몇년전 중국 육상대표팀의 훈련장소로 유명한 운남성 곤명의 고원지대로 우리 국가대표팀의 전지훈련이 추진되다 무산된 일이 있었다.산소가 희박한 고원지대에서 연습할 경우, 폐활량이 극대화돼 평지에서 열리는 경기에 유리하다는 사실은 스포츠과학의 상식으로 통한다.미국 육상선수들이 콜로라도의 록키산맥 기슭에서 훈련하고 아프리카의 육상 강국 케냐선수들이 고원지대에서 배출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우리나라도 해발 1천350m의 태백시 함백산에 태릉선수촌의 분촌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2천m가 넘어야 고지훈련의 효과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고 보면 2천m가 넘는 산이 구릉으로 보일정도라는 개마고원의 존재가 부러워 진다.옛부터 개마고원에 있는 삼수 갑산은 하늘을 나는 새조차 찾지않는다고 할 만큼 오지(奧地)중의 오지로 통했다.북한 육상선수들의 훈련장이 있는 것을 보면 오염안된 청정지역으로 여겨진다.중국전지훈련도 계획했던 우리 입장에서 세계 정상수준의 북한 여자마라톤 선수들과 함께하는 개마고원 훈련을 제안해 보면 어떨까.

<임연철 논설위원> 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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