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용정/'세계 최고의 자선가'

  • 입력 1999년 8월 24일 19시 19분


록펠러재단은 미국의 대석유자본가 존 데이비슨 록펠러가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인류복지의 증진’을 목표로 세워진 이 재단은 기아의 근절, 인구문제 해결, 대학의 발전 등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록펠러재단과 쌍벽을 이루는 카네기재단은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가 사회적 문화적 인도적 차원에서의 교육 학술진흥을 목적으로 설립한 재단으로 지금은 국제평화촉진을 위한 각종 활동까지 지원하고 있다.

▽두 재단의 창설자 록펠러와 카네기는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 미국 자본주의 발흥기 산업자본가로 독과점의 비난 속에 거대한 부(富)를 축적했다. 록펠러는 스탠더드 석유회사를 설립한 뒤 미국내 정유공장의 95%를 지배하는 스탠더드 오일 트러스트를 조직, 세계제일의 석유재벌이 되었다. 카네기 역시 피츠버그철강소를 중심으로 석탄 철광석 철도 선박을 한데 묶는 트러스트를 형성, 세계적 강철왕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악착같이 번 돈을 만년들어 아낌없이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현대자본주의가 천민자본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빌 게이츠회장이 최근 ‘윌리엄 H 게이츠재단’에 50억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올들어서만 무려 150억달러를 이 재단에 기부했다. 이제 그는 ‘세계 최고의 갑부’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자선가’반열에 합류했다. 돈도 많이 벌었지만 자신을 키워준 사회에도 눈을 돌릴 줄 아는 빌 게이츠는 미국이 낳은 또 하나의 영웅이다.

▽우리의 기업과 기업인들은 어떤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적지않은 공익법인과 문화 교육 육영재단들이 설립되어 있다. 기업메세나 형식의 지원도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그러나 어떤 것은 대기업군의 지주회사(持株會社)역할을 하거나 부의 변칙상속, 심지어는 탈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다. 그같은 기업인들에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영원히 남의 얘기일 뿐인가.

〈김용정 논설위원〉yjeong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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