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석권/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산다

  • 입력 1999년 8월 18일 19시 41분


법치가 생명인 민주국가에서 국가소추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바로 서지 못하면 법과 질서도 바로 서지 못한다. 더욱이 법을 집행하는 검찰의 독립성 중립성 공정성이 뿌리채 흔들리고 불신 받는 상황에서는 법치주의도, 국가정의도, 그 어떤 개혁도 무색해 질 수밖에 없다. 오늘과 같은 검찰기능의 혼란은 과거 독재정권이 정권유지를 위해 검찰조직과 검찰권을 악용한데 있다. 그 결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손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검찰내부의 조직과 질서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주었다. 이런 의미에서 검찰만의 개혁으로는 부족하고 검찰과 정치권이 다 같이 반성하고 의식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에서는 동경지검 특수부가 살아 움직이는 한 일본경제는 결코 쇠퇴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말에는 자본주의의 파수꾼으로서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선 일본 검찰에 대한 국민의 깊은 애정과 신뢰가 배어있다. 이러한 동경지검 특수부도 한 때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받으며 국민불신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일본 검찰은 뼈를 깎는 아픔으로 심기 일전해 76년 ‘록히드’ 사건을 철저히 파헤쳐 당대 최고의 실력자인 다나카 전 수상을 법정에 세웠는가 하면, 88년에는 ‘리크루트’사건 수사에서 다케시다 정권을 붕괴시키는 개가를 올림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함과 함께 확고한 위치를 확립했다. 이렇게 오늘의 동경지검 특수부가 자리잡기까지에는 일본 검찰의 뼈아픈 자기 반성과 신뢰회복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있었음은 물론이지만, 더욱 부러운 것은 검찰을 아끼는 성숙한 언론과 따뜻한 국민의 애정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 검찰의 현 주소는 어떠한가!

검찰이 오늘날 이 지경에 이른 것은 그 누구보다도 검찰 자신의 책임이 제일 크다는 것을 자각하고 철저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물론 정치권도 더 이상 검찰을 통치 수단으로 이용하지 말고, 정치문제는 정치권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풍토가 확립돼야 한다. 정치적인 문제를 법적으로 하강해서 처리할 경우 그것을 처리하는 법논리가 아무리 정당해도 국민들은 좀처럼 믿으려 들지 않는다. 그 사안은 이미 정쟁의 와중에서 근거없는 루머로 오도되고 오염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론과 국민도 검찰의 변화와 개혁노력을 차분히 지켜보고 기다려주는 아량을 가져야 한다. 억측과 루머만으로 비난하고 사기를 꺾는 일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끝으로 한시적으로나마 여야합의로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지만 이미 미국에서 20년간 검증을 거쳐 폐기한 제도를 굳이 도입하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선진국이 선진국인 이유는 법이나 제도가 훌륭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공정하고 성숙하기 때문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치권은 특별검사제를 도입하려 할 것이 아니라, 검찰의 중립성 확보방안을 확실하게 마련하고 이를 강력히 추진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장석권(단국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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