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도전21]신촌세브란스병원 당뇨병팀

  • 입력 1999년 8월 17일 18시 25분


“2.8㎏ 이하의 아기를 낳으면 아기가,4㎏ 이상의 아기를 낳으면 산모가 나중에 당뇨병에 잘 걸릴니다.이건 모르셨죠?”

늘 소탈하게 웃는 얼굴이어서 ‘하회탈 박사’로 불리는 허갑범 신촌세브란스병원 당뇨병치료팀장(62).대통령주치의지만 청와대에 머물거나 의료관련단체를 돌아다니기 보다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돌보는 것을 좋아한다.

허팀장은 “당뇨병은 예방이 가능하고 조기치료하면 완치할 수도 있다”며 “병원에선 환자가 합병증 없이 지내도록 돕는다”고 말한다.팀에선 7개의 검사실에서 안저(眼底)촬영검사 경동맥(頃動脈)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눈혈관이 터져 시력을 잃는 당뇨성 망막증 △뇌혈관질환 △신장질환 △신경손상 △심장병 등의 합병증을 미리 알아내 예방하는데 힘쏟고 있다.1년에 2만5000여명의 환자를 돌보는데 95%가 합병증없이 지낸다.

최근엔 인슐린(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쓰도록 조절하는 호르몬)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만드는 약과 당뇨병 합병증 치료약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형 당뇨병▼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적게 만들어지는 ‘1형’과 인슐린이 만들어지긴 하지만 제기능을 못하는 ‘2형’이 있다.

팀에선 86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내분비학회에서 한국인의 6.6%가 두 유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영양실조형 당뇨병’이며,서양인 당뇨병환자의 70% 이상이 비만이지만 한국인은 75%가 비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표했다.이 내용은 97년 미국 당뇨병학교과서에도 실렸다.

95년엔 일본 우베에서 열린 한일당뇨병심포지엄에서 뱃속에 기름기가 많이 끼고 팔다리의 근육이 적은 ‘거미형 인간’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팀의 이현철교수(50)는 “당뇨병 발병 유무는 ‘배와 다리의 싸움’에 의해 결판난다”고 말한다.인슐린의 효과는 근육이 클수록 높은 반면 내장의 지방량이 많으면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임승길교수(46)는 “근육이 강할 수록 기초대사량이 많아져 많이 먹어도 살이 덜찐다”면서 “‘거미형 인간’은 고혈압 동맥경화증에도 잘 걸린다”고 설명.

▼병원에 빨리 가라▼

당뇨병은 전조증세가 거의 없으므로 △거미형 인간 △고혈압환자 △4㎏ 이상의 거대아를 낳은 경험이 있는 여성 △당뇨병에 걸린 가족이 있는 사람 등은 수시로 혈당을 체크해야 한다.

특히 허리둘레를 엉덩이 둘레로 나눈 비율이 남성 0.95,여성 0.91 이상이면 내장비만을 의심하고 식사조절과 운동에 들어가야 한다.음식은 전체 식사량과 육류를 크게 줄여야 하는 서양 환자와 달리 △탄수화물 60% △단백질 15∼20% △지방 20% 정도로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또 가공식품보다는 자연식을 먹는다.운동은 속보 조깅 줄넘기 등이 좋다.

송영득교수(37)는 “여성들은 임신 때 음식을 골고루 먹어 저체중아를 낳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어릴적 약했던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갑자기 살이 찌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크기 때문.

92년 영국의 한 연구에선 출생 때 2.8㎏ 이하일 경우 60세 전후에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41%로,출생 때 3.5㎏의 13%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저체중아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중에 ‘탈’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것.

당뇨병의 초기증세는 △수시로 목이 마르고(다갈·多渴) △소변양이 많아지며(다뇨·多尿) △물을 많이 마시는(다음·多飮) ‘삼다(三多)’.이 경우에도 발병 초기에 제대로 치료받으면 약 없이도 음식조절과 운동으로 생활할 수 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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