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정신대협 인권단체와 연대 활발

  • 입력 1999년 8월 9일 19시 21분


“옛 소련 접경지역의 중국 어느 곳인가에 있는 위안소에 도착했을 때 이 곳이 어떤 곳인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함께 간 청진처녀와 도망쳤지요. 헌병들에게 잡혀 밤새 채찍으로 맞았어요. 그 뒤 일본군인들을 받았습니다.”(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조순덕·趙順德·78)

“마스크를 쓴 4명의 군인이 집으로 들어와 총을 마구 쏴댔어요. 그중 대장인 듯한 남자가 아버지에게 ‘네 딸은 세르비아인 부인감으로 괜찮군’하더니 강제로 팔을 잡고 때리며 저를 겁탈하기 시작했습니다.”(유고연방 세르비아군의 강간행위 피해자인 코소보 알바니아계 여성)

1938년과 1999년의 ‘전쟁중 성범죄’를 증언하는 여성들. 이러한 전쟁중 성범죄를 국제재판에 회부할 수 있는 근거인 국제형사재판소 설립협약이 지난해 7월 마련됐다.

이와 별도로 2000년 12월 4∼10일 일본 도쿄(東京)‘일본군 성노예 전범 국제법정(2000년 법정)’에서는 일본군 책임자가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된다.

2000년 법정은 국가차원의 권위가 실리거나 구속력이 있는 실제법정은 아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공동대표 윤정옥·尹貞玉)를 중심으로 동남아의 위안부대책모임과 일본의 여성 및 사회단체가 참여하는 NGO법정이다. 20세기가 끝나기 전 상징적으로나마 일본군 가해자를 단죄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미국 여성운동가 샬럿 번치, 알제리 여성운동가 메리엄 루카스, 그리고 유럽의 여성단체가 자문위원으로 참가한다.

이같이 군위안부 문제는 한국여성운동을 국제무대로 끌어올린 성공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것도 역사에 묻혀버릴 뻔했던 ‘과거의 일’을 살아있는 문제, 현재진행형인 문제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정대협 양미강(梁美康)총무는 “정대협이 국내운동에만 전념했다면 골리앗같은 일본 정부를 향한 다윗의 돌팔매질이 승리를 거두지 못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정대협이 이 문제를 유엔인권위원회에 가져간 것은 92년. 그후 94년 국제법률가협회, 95년 베이징여성대회, 96년 유엔인권위원회, 97년 국제노동기구, 98년 유엔인권소위원회 등에서 일본정부를 향한 법적배상 촉구 및 권고를 이끌어냈다.

정대협은 12,13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인권소위에서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할 예정. 특히 이 문제에 대한 법적배상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 게이 맥두걸 특별보고관의 마지막 보고서가 나오는대로 지지 분위기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또 제네바에 본부가 있는 팍스로마나와 NGO포럼을 공동개최, 전쟁중 성범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것.

인권소위에 참가하는 정대협 정진성(鄭鎭星·서울대교수·사회학)실행위원은 “일본 정부는 국제압력 외에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이 문제를 역사 속에 방치한다면 이같은 범죄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환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60년 전 군위안부 문제는 지금 코소보 등에서의 성범죄와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

매주 수요일 정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의 수요시위 또한 이 문제가 현재진행형임을 확인시켜 준다. 요즘에는 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살아있는 역사’를 보며 방학숙제를 하려는 중학생과의 만남이 이뤄진다.

11일 373회 수요시위는 8·15기념 ‘일본군위안부 책임자 처벌, 21세기로 넘길 수는 없다’를 주제로 열린다. 참가자들은 서울 종로3가 탑골공원까지 행진해 오후 1시부터 ‘지금부터 행진, 2000년 법정까지’행사를 갖는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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