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모든 것이 똑같았다

  • 입력 1999년 8월 2일 18시 30분


모든 것이 똑같았다. 96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또 경기북부 지역을 비롯한 중부권에 수마(水魔)가 덮쳐 적잖은 인명손실과 엄청난 재산피해가 났다. 우선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수재에 할 말을 잃는다. 불과 1년 전 기막힌 참상을 겪었으면서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 근본적인 수방대책은커녕 지난해 수해 복구공사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똑같은 피해가 되풀이되었다. 아무리 자연재해라 하지만 같은 종류의 피해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천재(天災) 아닌 인재(人災)다.

최근 10년간 풍수해로 인한 인명피해는 연평균 246명, 피해복구비만도 해마다 5200억원씩을 쏟아부었다. 그러고도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매년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주택가와 농경지 도로 등에 대한 수방대책이 허술한 것도 문제려니와 군부대에서조차 해마다 적지않은 장병들이 전쟁아닌 수해로 귀중한 목숨을 잃고 있다. 막대한 돈을 들여 도입한 슈퍼컴퓨터도 국지성 집중호우에는 무력하기 짝이 없어 지역별 강수량과 강우의 강도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긴급대책 마련에 차질을 빚었다.

지금부터라도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당장은 이재민 구호와 구난활동이 급선무이지만 수재 후 내놓을 대책이 지난 96년과 지난해의 종합수해대책의 복사판이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지난 96년 수해 후 2003년까지 2640억원을 들여 레이더방식의 홍수경보체계를 도입하고 하천 범람을 막을 제방과 둑을 쌓는 등 본격적인 치수사업을 약속했으나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수해에 대한 예방은 크게 계획과 시설 및 운영의 3단계로 나뉘어 운영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물난리를 막을 근본적인 치수대책은 외면하고 있다. 주거지역의 경우 치수는 커녕 물흐름을 고려하지 않는 도시개발에다 하천의 용량마저 고려하지 않아 큰 비만 오면 강물이 범람하거나 역류하기 일쑤다. 저지대인 하천 하류지역부터 개발한 후 상류쪽으로 거슬러 올라가 개발을 강행하면서도 하천의 관리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태도다. 한마디로 치수대책없는 도시화가 문제다.

수해 예방을 위한 시설과 운영도 엉망이다. 으레 예산타령을 늘어놓지만 실은 돈 문제가 아니라 의식의 문제다. 방재대책에 대한 투자는 결코 낭비가 아닌데도 항상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지금까지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규모를 생각하면 방재시설과 운영에 들어갈 예산이란 그렇게 큰 것이 아니다. 물관리 업무가 목적과 기능에 따라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고 방재관리대책마저 주먹구구식이어서 피해를 키우고 있는 것도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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