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억지 논리의 「YS 신당」

  • 입력 1999년 7월 28일 19시 35분


마침내 ‘김영삼 신당’얘기가 나오고 말았다. 험담과 발분(發憤)에 가까운 몸부림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어 온 김영삼전대통령이 품고 있는 생각의 실마리가 잡히는듯하다. 그동안 민주산악회를 재건한다는 등 정치적 몸짓을 해오면서도 ‘정당을 만드는 건 아니다’ ‘총선용은 아니다’고 해온 것도 기실 정치고수(高手)다운 뜸들이기였던 셈인가. 그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한나라당소속 박종웅(朴鍾雄)의원이 YS 신당 구상을 밝혔으니 그저 풍설처럼 흘려 넘길 수도 없다.

YS의 의중으로 짐작할 수밖에 없는 박의원의 신당 논리 또한 듣는 이를 우울하게 한다. 사상초유의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를 초래한, 처참하게 실패한 전직 대통령이 정치 일선에서 고개를 드는 것이 순리가 아니듯 YS신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주장 또한 논리가 아닌 것처럼 들린다. 우선 박의원은 “한나라당이 임기말 내각제 개헌과 장기집권 음모분쇄에 따라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 민주산악회가 산에 가서 고함만 지를 순 없다”는 주장이다.

무슨 근거로 한나라당이 집권측의 장기집권음모 등에 소극적이리라고 예단하는 것일까. 한나라당이 설마 정권과 손잡고, 힘떨어진 ‘반(反)YS전선’이라도 펼칠지 모른다는 피해의식이란 말인가. 민주산악회를 모태로 한 투쟁이 아니면 장기집권 비극이 오고야 만다는 식은 시비요 트집일 뿐, 말이나 논리라고 할 수 없는 대목이다.

YS의 본심은 박의원의 다음과 같은 발언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박의원은 “지금은 몇명만이 동조하고 있지만 YS신당이 나오면 부산 경남의원들이 넘어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한나라당의 의원들도 지역구가 어디냐에 따라 YS와의 거리를 두는 방식이 다르다. 수도권이나 부산 경남과 거리가 있는 지역 출신들은 손도 잡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YS본거지 근처에 사는 의원들은 총선 대선을 위해서는 그와의 연합전선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한다.

이런 사정을 분석해보면 전후사정은 또렷해진다. 말하자면 YS는 욕을 먹건 돌팔매질을 당하건 작더라도 지역당을 만들어 정치적 영향력의 끈을 놓치지 않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YS의 계산은 이런 것 같다. 김대중 김종필씨가 정치일선에 건재하는 한 지역 대결구도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고, 그것은 투표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다. 내각제가 되건 말건 거기 편승하는 지역당의 맹주로, 후3김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흘러가면 대한민국의 21세기는 노욕 노탐(老貪) 지역대결의 정치놀음에 피지도 못하고 시들지 않을까. 언제까지 3김이고 지역당이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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