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신창원의 감옥

  • 입력 1999년 7월 22일 19시 13분


어느 철학자는 사람의 출생을 ‘자유롭던 영혼이 육체라는 감옥 속에 갇히는 것’으로 보았다. 그는 죽음도‘영혼이 육체라는 감옥에서 석방되는 것’으로 풀이했다. 그의 출생과 사망론에 대해서는 보는 이에따라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인생을 살다 보면 이 얘기가 맞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느낄때가 있다. 육체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도 감옥의 의미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신창원을 보면서 이런 느낌은 더욱 실감이 난다. 그는 2년반전 부산교도소 담을 뛰어넘어 자유의 세상으로 날개를 폈다. 그후 이번에 다시 붙잡힐 때까지 그는 자유를 만끽했을까. 도피행적과 숱한 범행과정을 보면 대답은 ‘노(No)’다. 신창원은 더 나아가 과대망상이란 감옥에 갇혀 있었다. 공개를 예상하고 쓴 일기장을 통해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두 전직대통령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은 바로 그 증거다.

▽그 자신도 일기장에 ‘나는 의적도 홍길동도 아니다’고 적고 있으면서 의적행세를 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빈부를 가리지 않고 돈 되는 것은 뭐든지 훔치고 빼앗은 자신이 의적이 아님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러면서도 곳곳에서 의적인 체하는 행동을 보인 것은 마음의 감옥에서는 탈옥하지 못했음을 나타낸다. 그가 만약 마음의 감옥을 벗어난다면 교도소 안에서도 자유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창원만이 아니다. 그의 비정상적 행동으로 대리만족을 얻어온 일부 사람들, 추가비리와 잘못이 드러나는 게 두려워 그에게 오히려 휘둘리고 있는 경찰, 강절도를 당하고도 신고조차 못한 부유층도 마음의 감옥에 갇혀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래저래 우리 사회는 감옥에 갇힌 사람들뿐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괴롭힌다.

육정수 <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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