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어두컴컴한 물밑에서」

  • 입력 1999년 7월 15일 17시 32분


▼「어두컴컴한 물밑에서」스즈키 코지 지음/윤덕주 옮김/씨앤씨미디어 펴냄/278쪽 7800원 ▼

여름이다. 왠지 재미있는 추리소설이나 공포소설 한 편은 읽어야 할 것 같은 계절이다. 넘실대는 파도를 바라보며 아니면 돗자리에 배를 깔고 혼자 등골이 짜릿한 흥분을 맛보는 것은 여름이어야 궁합이 맞는다.

지난해 한국과 일본의 여름은 거의 동시에 비슷한 공포에 사로잡혔다. 스즈키 코지라는 일본 작가가 쓴 「링」이라는 공포소설이 양국의 젊은이들을 꽉 잡은 것이다. 올해 여름에도 스즈키 코지가 찾아왔다. 물을 테마로 작가의 분방한 상상력을 발휘한 「어두컴컴한 물밑에서」라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해변 마을에 사는 키요라는 작중 화자가 바다에 떠있는 부유물들에서 떠올린 무서운 상상을 손녀에게 들려주는 특이한 구성을 갖고 있다.

이 소설을 따라 읽다보면 바다를 떠있는 물건 하나하나가 심상치 않게 보일 것이다. 고무장갑처럼 보여 건져올린 것이 사실은 잘라진 손목이었다면…

만약 바다로 놀러가기로 한 사람들이라면 이 책 한권 갖고 떠날만하다. 바다로 가는 차안에서 또는 기차 안에서 읽고, 또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다 읽고나면 떠다니는 헝겊쪼가리 하나에서도 소름끼치는 전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임성희<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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