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공방]與 슬슬 진화-野 점점 반격

  • 입력 1999년 7월 14일 19시 25분


《여야는 14일에도 ‘세풍(稅風)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며 극한 대치를 계속했다. 이 바람에 회기종료를 이틀 남겨둔 임시국회는 이날도 공전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선자금 조사를 거듭 주장하는 등 거의 당의 명운(命運)을 걸다시피하는 비장한 자세를 내보였고 국민회의는 한편으로는 검찰의 엄정 수사를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정치적 의도는 없다”며 한나라당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양보하기 어려운 사안의 성격상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고 정국파행은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대선자금 불똥튈라…

여권은 세풍사건을 ‘국기문란사건’으로 규정해 엄중 수사해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지키면서도 세풍사건 수사에 대한 야당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정국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야당이 세풍사건 수사를 97년의 여야 대선자금 모두에 대한 수사와 연계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선자금으로 불똥이 튀는 일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작용한 듯하다.

국민회의가 이날 당 8역회의에서 “세풍사건 수사가 야당파괴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 대한 음해가 아니다”며 정치적 의도가 없음을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와 함께 고위당직자들도 일제히 한나라당과 이총재를 향해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은 ‘내 자신의 인격을 건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야당 또는 야당총재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는 “이번 수사가 안기부와 국세청을 동원한 불법대선자금 모금에 국한된다는 사실을 검찰로부터 확인했다”며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전반을 수사한다는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거들었다.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도 “이회창총재가 대명천지에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생사람을 잡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97년 대선자금 문제에 대한 ‘물타기’도 잊지 않았다.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은 “97년 대선자금 관련 수사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대선자금 수사는 과거에도 하지 않았고 지금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밀리면 黨존립 위태…

한나라당은 세풍사건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회창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대선자금 문제 확인시 김대중대통령과의 공동퇴진’을 배수진으로 치고 나온데서도 한나라당의 강경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은 “여권이 대선자금을 빌미로 야당 목조르기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사생결단의 단호한 자세로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세풍사건 수사에 강력반발하며 대여(對與)전면전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이총재 진영은 이번 세풍사건에서 여권에 밀리면 당의 존립자체가 위태로워진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특히 이총재와 세풍사건의 연결고리를 차단하고 대선 당시 사무총장 등 핵심관계자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김대통령의 대선자금도 함께 문제삼아야 한다는 것.

한나라당은 김대통령의 대선자금을 본격 수사하면 위법사실을 찾아낼 수 있다고 장담한다. 97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서 폭로했던 ‘DJ비자금’자료도 다시 정밀 조사하면 김대통령의 탈법 위법사실을 밝혀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한나라당이 김대통령을 압박할만한 구체적인 자료나 증거를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김대통령의 97년 대선자금 자료는 없다”면서 “하지만 김대통령의 정치자금에 관한 자료는 상당히 확보돼 있다”고 말했다.그는 특히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엄청난 규모의 DJ비자금 자료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이 김대통령과 죽기살기식으로 싸우면 김전대통령이 이 자료를 한나라당에 넘겨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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