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車 「제2起亞」안되게

동아일보 입력 1999-07-08 18:25수정 2009-09-23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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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차 처리문제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계속 표류하고 있다. 정부 삼성 채권단이 3각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지역경제를 염려하는 부산지역 정서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공세마저 얽혀들었다. 이렇게 되자 경제적 측면에서의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 사회적 갈등마저 날로 증폭되고 있다. 국가신인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염려스럽다.

삼성차 문제가 이렇게 꼬인 것은 한마디로 정치논리 때문이었다. 작년말 정치적으로 접근한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 방안부터가 잘못됐다. 95년 삼성차의 허가도 다분히 정치적 고려 때문이었다. 정치논리는 삼성차 처리문제에까지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삼성생명 주식 상장을 전제로 한 부채처리와 법인청산이라는 해법 자체가 밀실 담합의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당연히 특혜시비가 일었으며 그 결과로 삼성차 처리는 난마처럼 뒤엉켜버렸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방미 귀국 후 “삼성차 문제는 삼성과 채권단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그것은 원칙의 강조일 뿐 해법의 제시가 아니다. 더욱이 그같은 언명에는 정치적 고려가 뒤따랐다. “부산시민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하고 협력업체의 피해보상과 고용안정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그것이다.

김대통령의 고충은 이해할 만하다. 경제도 살리고 부산지역 정서도 달래겠다는 얘긴데 그것이 과연 가능한가가 문제다.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다가 두 토끼를 다 놓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삼성차 문제가 꼬일 대로 꼬였으나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순수한 경제논리를 따르겠다면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삼성차 처리과정에서 지역정서를 무시할 수 없게 돼버렸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경제논리에서 찾아야 한다. 그것이 대원칙이다.

큰 원칙이 세워지면 부차적인 문제는 큰 걸림돌이 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부채문제는 삼성과 채권단이 책임지고 해결토록 하면 된다. 부산공장 처리도 부채처리 후 채권단이 결정할 문제다. 이것 역시 엄격한 시장논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삼성생명 상장문제는 특혜시비만 없앤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물론 삼성차 처리가 이렇게 가닥을 잡더라도 수많은 문제점이 파생될 것이다. 그러나 부수적인 문제들은 그것대로 해결책을 마련하면 된다.

삼성차 처리가 지연되어 ‘제2의 기아사태’가 되어서는 안된다. 정치논리에 휘둘린 기아자동차의 잘못된 처리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부르지 않았던가. 정부는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의 당초 목표가 무엇인지를 재확인하고 그에 따른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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