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랜드 참사]이장덕 화성군 민원계장 『보도에 부담』

입력 1999-07-07 19:19수정 2009-09-2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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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군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허가과정에서 겪은 상사의 압력 등을 적나라하게 적어놓은 ‘업무일지’를 공개해 큰 관심을 모은 화성군 전사회복지계장 이장덕(李長德·40·현민원계장·)씨.

경찰 수사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공직사회의 비리를 고발해 ‘대쪽 공무원’으로 비춰지고 있는 이씨는 언론 등의 추적이 부담스러웠는지 7일 두번째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뒤 역시 공무원인 남편(43)과 함께 휴가원을 내고 잠적했다.

그러나 이씨는 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업무일지’를 작성하게 된 경위와 공개 후의 심정, 씨랜드 허가과정에서 겪은 갈등 등을 담담하게 토로했다.

“씨랜드 수련원 업무의 실무자로서 엄청난 희생을 초래한 데 대해 유족들에게 어떻게 참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또 이 일로 동료나 웃분이 줄줄이 구속되는 마당에 어떻게 내가 청렴하고 강직한 공무원이라고 얼굴을 내밀겠습니까.”

이씨는 “일기 형식으로 업무내용을 틈틈이 적어둔 것이 이렇게 큰 파장을 몰고 올 지 몰랐다”며 ‘업무일지’를 작성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과장이 계장들에게 상납을 강요하고 불법투성이인 수련원을 양성화시키라는 등 어처구니없는 지시와 압력으로 일관했습니다. 이런 공직사회의 부당한 모습에 회의를 느껴 훗날 책이라도 쓰려고 글로 적어두었습니다.”

그는 “규정과 업무에 충실하면서 검은 돈을 받지 않는 공무원으로서의 기본자세를 지키려 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일하겠다”고 말했다.

‘업무일지’가 세상에 알려진 경위에 대해 이씨는 “씨랜드 수련원 화재로 경찰에 소환되면서 진술에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집에 보관해 두었던 업무수첩 중에서 수련원 시설허가와 관련된 내용만 찢어 진술에 참고하다가 수사관의 눈에 띄어 제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씨랜드 수련원 허가신청이 접수된 97년 12월부터 민원계장으로 자리를 옮긴 98년 10월까지는 “악몽같은 순간이었다”고 술회했다.

폭력배가 찾아오면 동료 공무원들은 못본 체했고, 협박이 두려워 아이들을 큰댁에 피신시켜야 했고, 과장은 사사건건 업무에 시비를 걸고….

그는 “끝내 수련원 허가를 내주고 나서는 사표라도 던지고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연금혜택기간이 조금 모자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화성〓박종희기자〉parkhek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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