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특집]할인-양판점 유통혁명…3社 가전품 30% 소화

  • 입력 1999년 6월 30일 03시 04분


가전제품의 유통에 혁명이 일고 있다. 동네 골목 어귀마다 자리잡은 가전 대리점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 대신 할인점과 양판점에서 최고급 수입 가전제품까지 취급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가전제품 유통의 ‘혁명적’ 변화는 대량구매를 통한 할인점 양판점의 저가(低價) 공세를 동네 가전 대리점들이 더이상 감당할 수 없기 때문.

▽무너지는 대리점〓IMF체제이전인 97년 1600여개에 달하던 삼성전자 대리점은 IMF를 겪으며 현재 1300여개로 줄었다. LG전자도 97년 1600여개에서 지난해 1230여개로 줄었고 올들어서는1130여개가 됐다.

신세계백화점 가전 구매담당 바이어 이상묵(李尙默)과장은 “IMF사태 이후 자금력이 달리는 소형 대리점들은 막대한 영업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무너지고 있다”며 “대리점 붕괴 현상은 할인점 양판점의 확대에 따라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할인점 양판점 시대로〓가전 3사는 소형 대리점의 몰락과 때를 맞춰 직영 양판점을 꾸준히 늘려왔다. 삼성이 직영하는 ‘리빙 프라자’의 경우 94년 2개로 출발해 95년 10개, 96년 22개, 97년 35개로 늘었으며 올해에는 75개로 증가했다.LG의 ‘하이프라자’도 97년 70개에서 98년 120개, 99년 150개로 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상태.

할인점의 가전 유통 증가도 폭발적이다. 과거 값싸고 ‘철지난’ 구모델을 주로 취급하던 데서 벗어나 요즘에는 GE나 월풀 등 세계적인 고가 가전제품이 속속 할인점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최근 할인점과 가전 양판점에서 유통되고 있는 가전제품의 물량은 1년에 가전3사의 대리점 400개를 무너뜨릴 수 있는 물량.

가전 시장의 변화는 특히 소형가전에 대한 가전3사의 신규 모델 출시가 중단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납품이 끊긴 소형 가전업체들이 자사 브랜드로 할인, 양판점으로 몰리고 있는 것. 삼성과 LG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납품하던 국제전열은 ‘리빙테크’란 브랜드로 전화기밥솥 식기건조기를 출시하고 있으며 LG에 선풍기를 납품하던 오성사는 ‘오성’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할인점매장을 파고드는 상태.

E마트 박찬영(朴燦永)과장은 “결국 문제는 가격”이라며 “할인점 양판점은 기존 대리점이나 백화점 전자전문매장보다 최소 5% 이상 싸기 때문에 할인점 양판점으로의 가전 유통의 변화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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