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도전21]고려대 구로병원 미세수술팀

  • 입력 1999년 6월 29일 18시 43분


손은 우리 몸에서 가장 ‘섬세한’ 기관 중 하나. 27개의 작은 뼈가 있고 손목에서 두 개의 동맥이 들어가 4∼6갈래로 나눠지며 손가락마다 두 개의 혈관이 뻗쳐있는 복잡한 구조. 따라서 사고로 잘린 손가락을 이으려면 세밀한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로 외형상 멀쩡해진 손이 제 기능을 하도록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고려대구로병원 미세수술외과팀은 2000여명의 잘린 손가락을 이은 다음 제대로 움직이도록 했다. 수술 땐 마취과의가 팔 윗부분의 신경다발을 ‘부위마취’하고 이어 신경외과의가 현미경으로 상처를 보면서 미세바늘로 꿰매 잇는다. 수술 전후 재활의학과와 정신과 의사도 큰 역할을 한다.

이 팀의 수술 환자 수는 세계 최다. 팀장인 김우경교수는 “80년대∼90년대초 구로공단 근로자들이 사고를 많이 당했기 때문이어서 자랑거리만은 아니다”고 말한다. 팀은 손 수술 분야에서 교과서 내용을 바꿔왔다.

최근엔 근로자의 사고가 줄고 어린이 환자가 늘고 있다. 대부분 아파트 현관 문에 손가락이 끼어 잘린 경우.

◆세계적 기록들

87년 팀은 책을 제본하다 양 손가락이 몽땅 잘린 환자에게 네 명의 의사가 36시간 동안 매달려 수술에 성공했다. 이 환자는 지금도 D출판사에서 제본을 하고 있다. 9,10개의 손가락을 이은 사람은 10명. 외국에서 이 수술에 성공한 환자 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팀은 185명에게 손가락 마지막 마디를 잇는 수술을 시도해 81%의 성공률을 보였다. 이 부분 혈관의 바깥지름은 0.3∼0.5㎜.팔 혈관(7∼8㎜)에 비해 20분의1도 안돼 수술이 까다롭기 때문에 대부분의 병원에서 성공률이 절반 이하.

팀은 87년12월31일 손가락이 잘리고 40시간이 지난 어린이의 손가락을 이어 사고 8∼12시간 내에 수술해야 한다는 교과서 내용을 다시 쓰도록 했다. 김교수가 냉장고에 손가락이 보관돼 있다는 것을 알고 과감히 봉합수술에 들어간 결과였다.

◆아이의 손가락이 잘렸을 때

애들은 현관문을 여닫는 장난을 치다 손가락을 많이 다친다. 아이의 손가락은 혈관 굵기가 0.3㎜ 정도여서 수술도 어렵지만 응급조치를 잘못해 수술받지 못하는 상황도 많다.

우선 잘려 나간 부분이 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잘린 부분을 깨끗한 거즈로 싸고 비닐 봉지로 감싼 다음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얼음과 물이 반씩 섞인 그릇에 담가 병원에 가져가야 한다. 손가락 보관엔 섭씨 0∼4도가 최적. 냉동실에서 얼리거나 독한 소독약으로 소독하면 조직이 상해 수술받을 수 없다.

일부에서는 상처에서 피가 흐르지 않도록 혈관을 묶기도 하는데 신경까지 망가뜨릴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피가 나는 부위를 거즈로 누르고 손을 올린 상태에서 병원에 가면 된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