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순활/「DJ 다시 보는」 日언론

  • 입력 1999년 6월 21일 19시 32분


일본사회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오랫동안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존재였다.

97년 김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일본언론은 “80년대 후반부터 진행돼온 한국의 민주화가 완결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만 해도 김대중정부에 호의적인 보도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국 사회통합의 걸림돌인 지역갈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일본언론의 시각에 변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TV 뉴스프로그램 가운데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TV아사히의 밤 10시 뉴스(뉴스스테이션)는 지난달 “한국사회에 정부당국의 도청과 사찰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을 전한 서울특파원은 “어쩌면 이 전화도 도청당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뉴스진행자들은 말문이 막힌 듯했다.

시사주간지 아에라는 14일자에서 “김대중정권은 지역대립해소를 부르짖었으나 인사에서부터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아에라는 “한국 국민이 해고와 구조개혁의 폭풍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편중인사’로 내각과 군의 요직을 비롯해 사회 각계에서 김대통령 고향 출신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이에 대한 다른 지역의 반발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관부인 ‘옷로비 사건’과 검찰간부의 파업유도발언 등도 김대중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키워놓았다. “일본사회가 알고 있는 김대통령은 이런 사람이 아닌데 권력을 잡은 뒤에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안타까워하는 일본인도 적지 않다.

한국정부 관계자들은 “해외언론은 다 한국정부가 잘한다고 한다”며 국내언론의 비판적 보도태도를 반개혁적이라고 몰아붙이곤 했다. 그러나 일본언론의 태도변화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권순활<도쿄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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