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차선을 지키자]「지정차로제」폐지이후

  • 입력 1999년 6월 20일 20시 58분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 사는 회사원 이정석씨(38)는 두달 전부터 갑자기 운전하기가 두려워졌다.

“집에서 행신동지구를 지나 일산으로 가는 편도 3차로 10㎞ 구간을 달리다보면 대형 화물차들이 1차로를 수시로 들락날락 합니다.

육중한 차량이 빠른 속도로 뒤에서 달려들면 나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바로 앞에 대형차가 있으면 전방 시야가 가려 불안해 지기도 하구요.”

4월부터 ‘차종별 지정차로제’가 폐지된 이후 이씨와 같은 경험을 가진 승용차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이전에는 의무적으로 승용차와 버스 화물차는 각기 정해진 차로를 운행해야 했다.

이를 위반하는 차량은 ‘지정차로 위반’으로 4만원의 벌금을 물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차종에 관계없이 아무 차로나 이용할 수 있게 된 것. 승용차 운전자들은 “버스와 화물차 운전자에게만 좋은 일 시켜줬다”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97년 지정차로 위반으로 단속된 경우는 66만3344건. 지난해는 다소 줄었지만 47만7177건으로 여전히 많았다. 이들의 대부분은 버스와 화물차. 지정차로제 시행 때도 이를 지키기 않는 버스와 화물차가 이 정도로 많았던 것이다.

추월할 경우를 제외하곤 원칙적으로 오른쪽 차로를 이용한다는 이른바 ‘오른쪽 차로 유지 원칙’은 기본적인 차로예절. 교통 선진국들에서는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나라도 많다.

교통개발연구원 도로교통실장 설재훈(薛載勳)박사는 “지정차로제 폐지는 ‘오른쪽 차로 유지 원칙’이 제대로 지켜질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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