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순활/日진출 美기업 「일본식 경영」

  • 입력 1999년 6월 17일 19시 24분


최근 일본에서도 효율을 최우선으로 중시하는 미국적 경영방식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와 종신고용 인화중시 등 일본의 전통적인 온정주의 경영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일본에 진출한 미국이나 유럽 기업 가운데는 인간존중과 팀워크 중시라는 일본적 경영의 장점에 눈을 돌리는 곳이 적지 않다.

미국계 컨설팅회사인 PWC의 2대 경영이념은 ‘팀워크’와 ‘정보 공유’. 이 회사는 연봉제를 실시하지만 기본급의 70%가 고정급이며 나머지 30%의 실적급은 개인이 아니라 소속부서의 실적에 따라 결정한다. 혼자 아무리 잘해도 소속부서가 잘못하면 연봉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구라시게 히데키(倉重英樹)사장은 “한솥밥을 먹는 동료라는 의식이 있어야 팀워크가 생기고 업무효율도 높아져 조직 전체의 생산성이 오른다”고 말한다.

미국 포드사 일본현지법인은 ‘승진은 실력주의, 승급은 연공서열 중시’를 원칙으로 한다. 관리직으로 승진하는 데는 관리와 지도력이 요구되지만 승진을 못해도 봉급은 매년 조금씩이라도 오르며 깎이는 일은 거의 없다. 사토 가쓰히코(佐藤勝彦) 인사총무본부장은 “미래지향적 전략을 갖춘 핵심인력 20%가 물론 중요하지만 나머지 80%를 무시하면 회사가 불안정해진다”고 강조한다.

특히 개인의 실적을 정확히 평가하는 구조가 갖춰지지 않은 일본적 풍토에서 제도적으로만 미국식 경영을 도입하다 보면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평론가 다카라베 세이이치(財部誠一)는 이렇게 말한다.

“기업이 실적주의만 강요하면 직원은 계속 긴장해야 한다. 이런 긴장 속에서 정년까지 견디면서 회사에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권순활<도쿄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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