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Culture]마크 트웨인 작품의 고향

  • 입력 1999년 6월 10일 19시 27분


필자 일행은 원래 허클베리 핀과 도망친 흑인 노예인 짐이 그랬던 것처럼 보트를 타고 미시시피강을 따라 여행을 할 예정이었다.

출발지는 마크 트웨인의 고향인 미주리주의 해니벌, 목적지는 허크와 짐의 목적지였던 일리노이주 카이로였다. 그러나 도중에 배가 고장나는 바람에 우리는 목적지까지 가지 못했다.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1884년에 ‘허클베리 핀’이 출판된 이후 인종간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에 대해 조용히 생각을 해볼 작정이었다. 필자는 그 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으니 오늘날 ‘허클베리 핀’이 쓰여진다면 허크가 반드시 백인으로, 짐이 반드시 흑인으로 설정되리라고 보장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의 출발지인 해니벌은 마크 트웨인 덕분에 관광지가 되어 있었다. 백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 도시를 보면서 필자는 애정과 혐오를 동시에 느꼈다.

애정을 느낀 것은 많은 이상주의자들과 순교자들이 같은 인간끼리의 유대감을 방해하는 장벽을 무너뜨린 과거가 생각나서였고, 혐오를 느낀 것은 흑인들이 미국을 건설한 당당한 주역으로 인정받기까지 너무 오랜 세월이 걸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마크 트웨인은 백인과 흑인이 함께 자유를 얻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서로를 왜소하게 만드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트웨인에게 있어 짐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어떤 백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웨인은 교양 있고 세련된 흑인의 모습을 상상하는 데는 끝내 실패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시대의 TV에는 허드레꾼에서 솜씨좋은 외과의사와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많은 종류의 흑인이 등장한다. 현실 세계 속에도 흑인 시장, 우주비행사 모델이 존재한다.

40년 전만 해도 백인과 흑인이 함께 있으면 여기저기서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웠다. 그러나 지금 필자는 세 명의 백인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도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못했다. 우리는 짐이나 허크보다도 훨씬 자유로웠다.

▽필자:스탠리 크라우치〓데일리 뉴스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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