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대보증 폐지 부작용없게

  • 입력 1999년 5월 13일 19시 34분


정부가 중산층 보호대책의 일환으로 1천만원 이상 은행대출에 대해 연대보증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연대보증은 세계적으로 우리 나라밖에 없는 불합리한 제도로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주변 사람들이 보증을 섰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피해를 보는 부작용을 낳아왔다. 특히 IMF체제 이후 연쇄도산 등으로 사회적 폐해가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연대보증과 관련된 금융권 대출은 67조원으로 전체 대출의 30%에 이르고 있다. 정부 일정대로 7월 이 제도가 폐지되면 많은 사람들이 빚보증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대보증 폐지문제는 사실 정부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은 아니다. 금융기관의 대출은 전적으로 은행 자율에 맡겨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연합회는 전담팀을 구성해 연대보증 제도를 개선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일단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지만 조만간 발표될 세부 대책에는 은행 나름대로의 입장이 들어 있을 법하다. 그래서 과연 어떤 내용이 들어가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 연대보증이 없어지면 대출에 그만큼 위험부담이 따르게 된다. 과연 은행들이 정부의 뜻을 받아들여 신용으로만 대출을 해주게 될지, 은행의 높은 문턱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맨 먼저 갖게 되는 의문이다.

신용 대출이 정착되려면 사전에 국민 개개인에 대한 신용평가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은행들이 대출희망자에 대한 신용 재산상태 채무변제능력 등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대출 여부와 대출액수 등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는 극소수 은행이 이를 도입하고 있을뿐 아직 선진국과 같은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형편이다. 따라서 은행들이 정부 방침대로 연대보증 폐지를 수용한다고 해도 이런 사정을 내세워 담보능력이나 신용이 모자라는 중소기업과 서민에 대해 대출을 꺼리게 되면 이들이 은행에서 돈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아울러 기존에 연대보증을 통해 돈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은행으로부터 신용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출금 상환을 요구받는 등 신용경색이 확산될 우려도 없지 않다. 또 세금을 못냈다든지 카드연체실적이 있어 신용이 매우 낮게 평가된 사람들은 아예 대출의 길이 막히게 되는 맹점도 안고 있다.

연대보증 폐지는 선진 금융체제로 돌입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 크게 환영할 만하다. 다만 그때문에 오히려 은행 이용이 힘들어 진다면 그 취지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1, 2년간 보완 기간이 예정되어 있지만 정부와 금융권은 조속한 신용평가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부작용과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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