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전용우/교육부 탁상정책에 교사들 떠난다

  • 입력 1999년 4월 20일 19시 38분


한때는 이 땅의 교사로 태어난 것을 자랑스레 여긴 적이 있었다. 넉넉하고 풍요롭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행복할 수 있었다. 지금은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려고 아우성이다.

교육부가 통째로 교사들에 의해 불신받고 있다. 교육부가 교육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으로 가득 차 있고 그 때문에 현실과 거리가 먼 탁상공론을 남발한다고 일선교사들은 믿고 있다. 그동안 교육부장관의 임명은 대부분 교육적 배려가 아닌 정치적 고려에 의해 이루어졌다. 한국 교육이 바로 서려면 교육부부터 없애야 한다는 역설이 설득력을 얻는 실정이다.

교육부가 교사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무엇보다 교육부 관리들의 인적 구성부터 개선해야 한다. 교육부 상층부에 교단 경험이 풍부한 전문직보다 교단 경험이 전무한 일반직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은 진정한 교육 개혁을 위해 반드시 혁신돼야 한다.

교육부 관리들이 단 하루의 교단 경험이라도 있었더라면 ‘우리 학교는 촌지를 받지 않습니다’는 플래카드를 교문에 내걸거나 가정통신문으로 보내는 희극을 연출하지 않았을 것이다. 40만 교육자 중에 촌지를 받은 교사가 얼마나 될 것인가. 대도시 일부의 병리 현상을 전국적 현상인 양 매도한 것은 너무나 잘못된 일이었다. 더욱이 교육부가 앞장서 여론을 조성하며 공격할 일은 아니었다. 촌지 고액과외 학원비리 등 그동안 언론의 지탄을 받아 온 대부분의 비리는 서울에서 터졌다. 그런데 비난과 처방은 전국 방방곡곡, 촌지를 구경한 적도 없는 시골 교사까지 미친다.

교단의 반발을 초래한 정년 문제만 해도 그렇다. 국가적 경제 위기, 타 직종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정년 조정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과정이 잘못됐다. 교사를 돈이나 밝히는 사람으로 모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했다. 근래 학부모 학생에 의한 교사 폭행, 파출소 신고 등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교권침해 사례가 급증한 것은 교사들의 책임도 있지만 교육부의 책임도 적지않다.

전용우<대전 둔산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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