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우 구조조정 성공하려면…

  • 입력 1999년 4월 20일 19시 29분


대우그룹이 강도 높은 ‘구조혁신방안’을 새로 내놓았다. 자동차 금융 무역 등 3개 업종에 힘을 집중하기 위해 조선 대형엔진 힐튼호텔 등 핵심계열사까지 매각하겠다는 내용이다. 이행여부를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획기적이다. 이같은 선택은 팽창주의 경영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현정권 출범 이후 정부와의 관계 등에서 ‘입지’가 좋아졌다는 세평을 받아온 현대와 대우가 삼성 LG SK 등에 비해 구조조정의 효과를 내지못해 정부로부터 구조조정 압력을 받게 된 점도 역설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재벌그룹들이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않아 경쟁력을 잃거나 자력으로 살아남기 어려워지면 국민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국가신인도에도 결정적 악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도 대우의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구조조정안은 전적으로 대우측의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 정부와 채권기관들의 요구를 많이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또 조선까지 버리고 자동차 전문그룹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옳은 선택인 지, 불확실한 요소들이 없지 않다. 그러나 결단을 내린 만큼 성실하게 계획을 실행에 옮겨 부채를 줄이고 기업 신인도를 회복해야 한다. 고비만 넘기고 보자는 생각을 혹시나 갖고 있다면 위기 돌파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런데 기업 구조조정이 소유경영자나 전문경영인들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노(勞)측의 협력 없이는 신속하고 충분한 구조조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김우중(金宇中)회장은 “이번 구조혁신에 따른 매각대상 계열사 종업원들의 고용은 현행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용승계를 무조건 보장하면서 이들 회사를 인수하려는 상대는 없을 것이다. 고용조정을 배제한 구조조정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와 채권기관들은 계열사 매각이 바겐세일로 전락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융통성을 보여야 한다. 지나치게 경직적으로 부채비율 감축을 강요하면 매각협상 등에서 크게 불리한 입장에 몰릴 우려가 있다. 부채비율 200% 달성은 그 자체가 재벌개혁의 최종목표가 아니다. 정부가 방침을 정했으니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으로 무리하게 몰아붙이면 효과보다 부작용과 이에 따른 국민경제적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일부 업종의 빅딜에서도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또 기업 구조조정 성과를 과시하는데 집착해 협상중인 사항까지 발표토록 기업측을 압박하는 등의 행태도 버려야 한다.

정부는 구조조정 또는 개혁의 궁극적 목표와 청사진을 투명하게 설명해 경제주체들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아직은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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