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홍순영/韓-中-日 ‘新어업질서’모색하자

  • 입력 1999년 3월 24일 19시 03분


지난 1월 한일어업협정 발효 이후 한국 어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쌍끌이 어선 문제 등과 관련해 일반 국민도 정부를 질책하고 우려하고 있다. 안타깝고 아픈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한국 수산업계에 불어닥친 어려움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2백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 제도라는 새로운 국제해양질서 때문이다. 과거엔 12해리의 영해 바깥은 공해로서 누구나 자유로이 어로를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연안국의 배타적인 관할수역이 대폭 확대돼 자유조업어장이 그만큼 축소됐다. 이미 1백20여개국이 EEZ를 선포했다.

한중일 3국 어민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어장 축소의 고통을 받고 있다. 한반도 주변해역은 남획에 따른 자원고갈이 심각하다. 이른바 ‘공동재의 비극’이다. 이제 우리는 연안어장을 가꿔나가야 한다. 기본적으로 남들이 우리 연안에 와서 조업하는 만큼만 우리도 남의 연안어장에 갈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새 어업협정은 2백해리 EEZ체제로 전환해가는 과정에서 한일 양국의 배타적 관할권이 적용되는 수역을 일정 범위로 제한하고 상당히 넓은 중간수역을 만들어 어장축소의 충격을 완화했다. 또 한국 수산업이 새로운 체제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벌고 EEZ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양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새 어업협정이 없다면 65년 어업협정 체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무협정 상태로 가게 된다. 이는 어장의 대폭축소, EEZ 입어불가, 해양분쟁의 빈발을 의미한다.

연례적인 입어조건 협상과 어업협정 자체를 구분하지 못해 많은 오해가 생겨나고 있다. 어업협정은 한일 양국의 어업관계를 규율하는 기본틀이다. 이 틀 속에서 양국은 상호 상대국의 EEZ 입어를 허용하되 어획량과 조업조건은 별도로 매년 협의해 결정하게 된다.

협정체결시 한국은 전통적 조업실적을 기초로 3년간 일본의 EEZ 입어를 허용받았다. 금년도에는 15만t을 어획키로 하고 이를 기초로 어종별 업종별 어획량 배분과 조업조건에 관해 다시 협상했다. 내년도 일본 EEZ 입어조건을 정하기 위해 금년말 이전에 이와 같은 실무협의를 또 해야 한다.

어업협정은 어민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돼 협상이 무척 어렵다. 감정에 흐르기 쉬우나 새로운 EEZ체제에 따른 수산업 구조를 갖춰 나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고통임을 이해해야 한다.

어업협정으로 한국 어민만 손해를 보고 양보를 한 것이 아니다. 양보는 상호적이며 연안국 이익의 보호와 어족자원의 보호라는 새로운 국제해양질서의 큰 원칙에 기초한다.

한반도 주변해역의 어족자원 보호와 이용을 위해 한중일 3각협력을 통해 어업질서를 모색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한일간, 한중간 어업협정은 이러한 협력의 큰 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3국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자원을 관리보존하고 조업질서를 지켜 공존공영의 바다가 되도록 해나가야 한다.

홍순영<외교통상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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