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젠 북한태도에 달렸다

  • 입력 1999년 3월 9일 19시 26분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이 9일 서울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비롯해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 등 정부 인사들과 만나 깊이있는 의견교환을 했다. 이제 페리는 돌아가 빌 클린턴 미 행정부의 대북(對北)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줄 보고서를 최종 마무리하게 된다. 우리 정부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페리보고서에는 북한을 협상의 길로 끌어내기 위한 당근과 압박하는 채찍이 함께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대북정책과 관련, 북한에 대한 미국쪽의 채찍을 한국정부가 막아주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은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물론 이는 북한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한반도 평화 유지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정부의 이런 노력도 미국 일본 등의 강경한 현실론에 비추어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은 미국이 한반도를 이라크나 유고의 경우처럼 결코 무력으로 공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같다. 한반도가 포화(砲火)에 휩싸이면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민과 주한미군인들 무사하겠느냐고 경고하기도 한다. 이른바 ‘한반도 볼모론’이다. 그러나 그것은 큰 오산이다. 핵과 미사일 같은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이라는 미국의 세계안보정책은 냉혹하게 수행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일본정부도 북한이 다시 미사일을 발사할 움직임을 보이면 선제공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천용택(千容宅)국방부장관은 외신기자들 앞에서 그런 선제공격은 한반도에서 확전으로 비화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반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취지는 옳다. 그러나 정부가 이처럼 북한에 쏟아지는 압력에 방패막이 노릇을 하면서 대북 포용정책만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 일본과의 공조에 틈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페리가 대북 포용정책에 따른 일괄타결안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한계선과 비상대응책을 두어야 한다는데 대해서 정부는 입장을 달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을 자극하면 한반도 위기가 고조된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한반도위기는 북한이 핵을 개발하거나 미사일을 다시 발사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해 북한의 행위에 일정한 한계선은 필요하다.

페리가 다녀갔지만 한미간 이견은 완전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앞으로 정부는 포용정책으로 북한과 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미국 일본 등 우방과도 더욱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야 한다. 한반도에 피할 수 없는 위기가 닥쳐오지 않도록 사전 예방할 모든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기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