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뿌리 내리는 「사회복지 NGO」

  • 입력 1999년 3월 1일 18시 20분


‘아무도 돌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봉사한다.’

평생 광산 근로자로 일하다 병들어 오갈데 없게 된 사람들을 돌보고 있는 강원 태백의 광산지역복지회 회원들. 회원들이 돌보는 1천여명의 전직 광원들은 진폐증과 유사한 증세로 병들어 있지만 직업병 판정을 받지 못해 대부분 국가로부터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15명의 회원이 우선 봉사의 손길을 보내는 분야는 법률구조와 생활안정사업.이들은 진폐증이 아닌 다른 병에 걸린 광원들도 직업병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법률투쟁을 줄기차게 벌이고 있다.

또 사회나 국가로부터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양로원 신세를 지게된 광산근로자들을 찾아가 무료진료와 자활의지를 심어준다.

2년간 막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원응호(元應浩·40)복지회사무국장은 20년 전 이일에 뛰어들었다.

“힘든 막장에서 일하다 병에 걸려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을 누군가가 돌봐야 한다고 생각해 일을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사회 저변층을 감싸안을 여력이 없을 때 사회복지 단체는 이같이 뿌리내리고 있다.

국내 사회복지 단체는 선진국과 같은 복지서비스 중심의 단체가 별로 없고 자연발생적으로 조직된 경우가 대부분.

치매환자가 있는 가족들이 보내는 성금으로 운영되는 한국치매가족회.

노령화 사회의 진전으로 전국의 치매환자는 24만명으로 추정되지만 치료 및 요양 시설은 많아야 5백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실정이다.

가족회는 이같은 조건에서 회원끼리 간호정보를 교환하며 집안에서 치매환자를 돌볼 방법을 찾자는 것이 조직결성의 목적.

가족회는 정부가 발상하지 못한 독특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치매환자 대부분이 길거리를 배회하기 때문에 가족들이 환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착안해 구상한 ‘배회구조사업’이 그것.

이 사업은 환자 가족이 환자의 신상을 가족회에 미리 등록하면 환자가 없어졌을 때 등록된 정보를 이용해 환자를 신속하게 찾아주는 프로그램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김영민(金榮敏·34)씨는 “회원이 1천8백명을 넘어서고 자원봉사자와 후원이 줄어들어 운영에 한계를 느끼지만 우리와 비슷한 단체가 여럿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 사회복지 비정부기구(NGO)의 물질적 기반은 매우 취약하다. 이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는 종교단체나 기업의 후원을 받다가 자원봉사자의 활약으로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

대전에서 장애인들의 손발 역할을 하는 장애인 이동봉사대가 그 전형.

이 단체는 종교재단의 후원으로 장애인용 콜택시를 운영하다 2백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데 성공한 뒤 대전지역에 정착했다.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예산을 절감한 이 단체는 매일 80대의 차량으로 장애자들이 외출할 때나 귀가할 때 수시로 도와주면서 지역사회에서 확실히 자리잡았다.

특수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도움을 줄 목적으로 결성됐으나 재정이 취약해진 단체에는 정부 지원이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선천성심장병환자 4백50명에게 16억원을 지원한 것을 비롯해 난치성 질환자 1천2백여명을 위해 39억원의 예산을 관련단체에 배정했다.

복지부는 앞으로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만성퇴행성질환에 대해 관리와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의 경직성 예산은 일시적으로 시민단체의 돈가뭄을 해소해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시민단체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기반을 잠식하고 정부 의존도를 계속 높인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 저변층에 대한 정부의 사회복지 서비스가 유난히 취약한 편”이라면서 “국내 주요 시민단체들이 지나친 정치지향에서 벗어나 이 분야에도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위용기자〉jeviyon@donga.com

<팀장> 권순택사회부차장

김진경(생활부) 김창혁(정치부)

이진(경제부) 박중현(사회부)

정위용(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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