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박용환/건축교육 세계수준 맞게 개혁을

  • 입력 1999년 2월 23일 19시 21분


올해는 전세계의 건축인들이 경사스럽게 생각하는 ‘건축 문화의 해’이다. 건축이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을 재는 중요한 척도라고 생각하면 비단 건축인들만의 행사는 아니다.

한국 건축계는 금년에 축제를 준비하면서 한편으로 목전에 닥친 건축교육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 이후 국내 건설 시장의 빗장이 완전히 풀리게 됐다. 건축교육 개혁도 더 이상 미룰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금년 6월로 예정된 세계건축가연맹(UIA) 베이징(北京)대회에서는 건축교육의 세계적 인증기준을 정식으로 채택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인증기준의 핵심을 보면 건축가교육 기준연한을 최소 5년으로 규제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 대학이 거의 5년제를 채택하고 있다.

또 세계각국은 주로 지역경제협력권(APEC EU NAFTA) 별로 각종 건축관련 자격의 상호승인 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주도한 교육 개혁의 추진 과정에서 학과 통폐합 자체가 마치 개혁의 궁극적인 목적인 것처럼 변질되고 말았다.

이미 통폐합을 이룬 전국 대학의 학부명에서 알 수 있듯이 개혁의 결과라는 것이 획일적인 통폐합에 그쳤고 당초 목표였던 전공의 경쟁력 향상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이대로 간다면 한국은 건축사 기술사의 자격 기준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기술 인력의 확보가 곤란해 질 뿐만 아니라 현행 교육제도가 국제 기준에 미달돼 각종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

나아가 교육시장까지 외국에 의해 점령당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세계 건축계의 흐름에 부응하는 교육제도를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물론 교육연한을 현행 4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창의적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5년제 실시가 필요하다면 그것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종 건축자격이나 교육이 국제기준에 적합하도록 건축교육의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박용환(한양대교수·건축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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