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거품경제 경계해야

  • 입력 1999년 1월 11일 18시 52분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조짐이다. 생산 소비 투자 등 실물경제지표가 그렇고 환율 주가 금리 등 금융지표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말 예측치 1%보다 훨씬 높은 3.2%로 수정했다. 재정경제부 역시 올해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의해 거시경제목표치를 상향조정할 방침이다.

그동안 경기회복을 애타게 기다려온 입장에서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실물경제와 동떨어진 경기활황은 수많은 부작용을 낳게 한다. 자칫 거품경제로 이어져 지금까지의 개혁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같은 조짐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전형적인 머니게임이 펼쳐지고 있는 증시에는 소액투자자들이 몰려 무차별 투자에 나서고 있다. 가파른 금리인하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갈팡질팡하면서 금융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동안 위축됐던 소비심리도 되살아나고 있고 원화가치는 수출경쟁력을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고평가되고 있다.

한마디로 시중에 돈이 넘치고 있다. 지난해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자금이 풀린데다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를 기록했고 외자도입 또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바야흐로 제 궤도에 들어섰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실물경제 역시 지난해 하반기 이미 저점을 통과했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올해의 경제정책운용기조 또한 달라져야 한다.

정부도 지금의 경기회복 속도가 너무 빨라 거품경제를 부추길 소지가 있다고 보고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은 쓰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작년 하반기 이후 추진해온 무리한 부양책 대신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성장잠재력 회복에 정책역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정책 방향을 바꾸기로 한 것은 옳다. 문제는 거시경제정책의 일관성과 종합성이다. 정책 당국간의 원활한 협조와 시기를 놓치지 않는 정책대응이 가능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지금까지 정부와 통화당국의 정책대응은 실망스러웠다. 올해 통화증발 요인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 통화관리의 전제가 되는 연간 물가억제목표도 아직 세우지 못하고 있다. 환율과 금리정책도 우왕좌왕이다.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수출경쟁력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도 외화수급정책은 오락가락이었다. 현재의 금융여건상 금리인하도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

정책의 실패는 시장의 실패보다 더 무섭다. 모처럼 되살아나는 성장에너지를 과거처럼 과열증시와 부동산으로 날려버려서는 안된다. 지금은 무엇보다 금융버블을 경계하면서 경기회복과정에서 우려되는 물가불안에도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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