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탈북-송환 150명의 경우

  • 입력 1998년 12월 28일 19시 46분


유엔고등판무관실(UNHCR)이 최근 중국 지린(吉林)성에서 적발된 탈북자 1백50여명의 강제송환에 대해 사실확인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국제관례로 볼 때 난민판정이나 송환 여부 결정은 해당 당사국이 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중국정부가 절대적인 권한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UNHCR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적극 문제제기를 한다면 탈북자들에 대한 국제여론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탈북자들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난감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중국은 북한과 ‘변경지역의 국가안전과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상호협력 의정서’ 즉 월경자(越境者)송환협정을 맺고 있다. 이 협정에 따르면 북한측으로부터 개별 송환을 요구받거나 중국 내에서 불법행위를 하는 탈북자에 대해서는 당연히 북한에 송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 세살짜리 어린이까지 강제송환됐다고 한다. 중국정부가 인도주의 원칙을 얼마나 고려했는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식량을 구하러 나온 탈북자는 난민이 아니라는 것이 중국정부의 견해이나 그것도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다. 난민은 정치 종교 인종적 박해를 피해 탈출한 사람으로 정의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제적 궁핍때문에 탈출하는 사람도 난민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굶주림도 다른 박해 못지않게 인간을 처참하게 만든다. 더구나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강제송환되면 정치범으로 몰릴 것이 뻔하다. 강제송환 그 자체가 인권탄압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중국정부는 중시해야 한다.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대우할 경우 중국으로 몰려드는 동남아 각국 사람들의 처리문제도 중국정부로서는 걸리는 모양이다. 하지만 탈북자들은 그들과 비교할 수 없는 어려운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베이징(北京)당국은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79년 중―월(中―越)국경전쟁 직후 수십만명의 월경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준 선례가 있다. 더구나 현재 러시아의 탈북자정책은 하나의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오래 전부터 탈북자들에 대한 모든 정책을 UNHCR에 전적으로 위임하고 있다.

탈북자문제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 중국과 북한간의 미묘한 정치 외교적 삼각관계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현 상황으로는 뾰족한 외교적 대책이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탈북자문제는 무엇보다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해결책이 보인다. 정부는 국제사회에 보다 적극적으로 탈북자들의 인권과 생존권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중국과도 그같은 양국간 협의의 틀을 확고히 마련해 놓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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