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폐막된 방콕 아시아경기대회 마지막날 열린 마라톤에서 이봉주선수가 1위로 골인할 때도 그의 사투에 가까운 역주를 지켜보며 진한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부상으로 훈련량이 부족해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달리고 탈수가 심해 고전했지만 “정신력으로 버텼다”는 이선수의 말에서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봉주선수의 우승은 90년 김원탁, 94년 황영조선수에 이은 아시아경기대회 3연패 달성의 쾌거라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아끼고 싶지 않다. 이봉주선수와 함께 뛴 북한의 김중원선수가 3위를 차지한데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92년 황영조선수의 바르셀로나 올림픽 제패까지 합치면 90년대는 한국 마라톤의 최대 전성기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봉주 이후’ 한국마라톤의 미래는 염려가 되기도 한다. 차세대 마라토너인 김이용만 2시간10분벽을 돌파했을 뿐 뒤를 이을 마땅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10분벽을 돌파한 현역 선수가 10여명이나 되는 일본과 대조된다. 어쩌다 탄생하는 천부적 자질의 선수에 의존하는 한 ‘마라톤 한국’의 전통을 이어가기는 힘들다. 3연패의 기쁨에 앞서 엷은 마라톤 선수층이 걱정이다.
임연철<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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