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아파트 사람들]일반-임대아파트 갈등

  • 입력 1998년 11월 22일 20시 00분


‘한 단지내 두 마음.’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D아파트. 33평형과 47평형 일반 아파트 2동, 임대 아파트 1동 등 아파트 3개동이 사각형 모양으로 한 마을을 이루고 있는 단지.

단지내에 들어서자 마자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단지내에 놀이터가 연이어 두개 있는데 놀이터 사이에 1m 높이의 철망이 쳐져있다. 둘러보니 이상한 점이 또 있다. 일반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사이의 기다란 담. 일반 아파트와 임대아파트 사이에 통행이 불가능하도록 막아놓은 것.

사실 이 담은 지난해 9월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기전부터 있었으나 입주자들이 이삿짐을 나르기 불편해 허문 적이 있다. 그러나 담이 무너지면서 오히려 일반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주민사이의 ‘마음의 담’은 높아만 갔다.

“잘 사는 동 사람들이 쓰레기를 우리 동에 자꾸 버린다. 우리는 그 쪽 사람들이 이 곳에 차를 세워도 가만있는데 우리가 그 쪽에 차를 세우면 난리가 난다.”(임대아파트 주민들)

“밤마다 싸우는 소리가 들리고 노상방뇨를 함부로 한다. 우리가 못사는 사람이라고 차별한 적도 없는데 괜히 자격지심으로 자꾸 신경질을 부린다.”(일반 아파트 주민들)

결국 담은 다시 세워졌다.

80년대부터 재개발아파트가 많이 지어지면서 단지내 일반 아파트 주민과 임대아파트 주민사이에 갈등이 심각한 곳이 많다. 서울 강남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신도시의 대규모 단지내 일반 아파트와 영세민을 위한 시영아파트 단지 사람들간의 갈등도 마찬가지.

96년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두 아파트단지는 어른들간의 편견이 어린이들의 주먹다짐으로까지 연결됐다.

일반 아파트(32∼52평)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시영아파트 단지 애들과 놀지 마라”고 공공연하게 말을 하고 생일파티도 함께 못하게 하면서 이 문제가 결국 학교로까지 연결돼 두 단지내 학생들끼리 충돌이 많아졌다. 사건이후 학교에서 두 단지내 학생들을 일부러 섞어 앉히면서 일단 표면적인 갈등은 봉합된 상태.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건설회사들은 요즘 재개발아파트를 시공할 때는 일반아파트 단지와 임대아파트 단지사이에 왕래가 쉽지 않도록 언덕이나 나무 등을 촘촘히 심어 사실상의 ‘담’을 만들고 있다.

〈이병기·이완배기자〉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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