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료보험 약값 바가지

동아일보 입력 1998-11-13 18:49수정 2009-09-2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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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와 병 의원간의 의약품 뒷거래로 의료소비자인 국민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약회사들은 의료기관들에 의약품 1개 값에 평균 1.14개를 덤으로 얹어주는 식으로 덤핑을 하고 있으며, 의료기관들은 싸게 구입한 의약품을 의료보험조합에 정부고시가격으로 청구해 연간 대충 1조3천억원에 달하는 부당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기관들의 앞뒤 가리지 않는 이익추구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의료기관의 이같은 ‘의보(醫保)약값 바가지’는 결과적으로 의료보험조합 재정에 막대한 손실을 불러오고 국민의 의료비부담을 가중시켜왔다는 점에서 예삿일이 아니다. 특히 제약회사들은 어떤 의약품의 경우 1개 값에 무려 6,7개를 공짜로 얹어주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의료기관의 폭리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 해준다. 한마디로 의료기관과 제약회사들이 공모해서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나 다름없다.

제약회사와 의료기관간의 부조리는 가격할인만이 아니다. 병원약품 대장에 특정약을 등재해주고 제약회사로부터 이른바 ‘랜딩비’를 받는가 하면 심지어 보험약가 삭감분까지 보전받는다.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특정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거나 임상연구비를 받는다. 병원과 제약회사측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된 이런 거래를 ‘관행’이라고 변명하고 있으나 결국 의료소비자인 국민에게 부당하게 부담을 지워 폭리를 취한다는 점에서 지탄받아 마땅한 범죄행위다.

제약회사와 의료기관의 의약품 뒷거래를 둘러싼 부조리는 보험약값이 실제보다 상당히 부풀려 책정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보험약가는 제약협회 산하 의료보험약가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하고 있지만 위원회가 주로 제약협회 등 이해당사자들로 구성돼 있어 처음부터 공정한 의보약가 책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는 이를 방관하다시피 해 결과적으로 의료기관이 부당이득을 챙길 수 있도록 하고 막대한 의료보험재정 손실을 불러 국민에게 큰 피해를 주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의약품 뒷거래를 둘러싼 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현행 보험약가책정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의보약가심사위에 소비자단체대표 등의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등 외부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또 현재 부풀려 책정돼 있는 보험약값에 대한 전반적인 재심사작업을 벌여 바로 잡아야 한다. 검찰도 차제에 전면적인 수사로 제약회사와 의료기관간의 ‘검은 거래’를 차단해 국민피해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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