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성한/美중간선거 이후의 對美외교

  • 입력 1998년 11월 5일 19시 17분


섹스 스캔들로 곤경에 처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집중 공략해 상하원 다수당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던 공화당의 꿈은 좌절되었다.

4백35석 전원을 다시 뽑는 하원선거에서 공화당은 기존의 2백28석에서 5석을 민주당에 내주게 되었으며 1백개 의석 중 34석을 교체하는 상원의원 선거결과 민주 45석, 공화 55석이라는 기존 구도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50개주 가운데 36개주에서 치러진 주지사 선거 결과 민주당은 종전의 주지사수(17명)를 유지한 반면 공화당은 1명이 줄어든 31명이 되었다.

공화당은 다수당으로서의 위치는 고수하였으나 정치적으로 불리한 여건하에 있었던 민주당과 비교할 때 예상밖의 수모를 당한 셈이다.

▼ 호황이 스캔들 잠재워 ▼

현직대통령의 섹스 스캔들과 대통령탄핵추진이란 ‘역경’속에 선거를 치른 민주당은 1934년 이후 64년만에 처음으로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하원의석수를 증가시킴으로써 이번 선거를 사실상 민주당의 승리로 장식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을 하게 된 원인은 우선 유권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미국경제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양호했다는 데 있다.

따라서 미국민들은 대통령의 직무수행도와 사생활을 상호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고 이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감정적인 면보다는 합리적인 이해득실에 입각한 투표를 하게끔 만들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력인 흑인과 여성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투표장에 나갔다. 직무수행도라는 면에서만 볼 때 유권자의 75%가 클린턴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만족감을 표했고 공화당 지도부에 대해서는 과반수가 불만족을 표시한 선거 이전의 여론조사 결과는 이미 민주당의 선전을 예고하고 있었다.

선거전략적 측면에서 볼 때도 민주당의 승리였다. 과거 클린턴이 전임 부시 대통령에게 “멍청아,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stupid!)”라는 구호로 경제문제를 최대 이슈로 부각시켜 승리를 거둔 것과 동일한 전략을 구사한 것이 주효했다. 엄청난 광고비를 들여 대통령의 스캔들을 집중 부각시켜 유권자를 식상케 한 공화당과 대조적으로 민주당은 미국경제를 보다 건실하게 할 수 있는 방안, 즉 교육 사회보장 세금 등의 실질적 문제에 초점을 맞춰 공화당과의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은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결과다. 정치인의 사생활을 별로 문제삼지 않는 유럽이나 아시아에 비해 유난히도 지도자의 도덕성을 강조해왔던 미국의‘조용한 보수’유권자들은 이번에도 의회 입후보자들을 상대로 조용히 자신들의 귀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이제 중간선거는 끝났으므로 앞으로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대통령 탄핵문제는 사실상 물 건너 갔으므로 대통령에 대한 견책수준에서 정치적 타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은 2000년 차기대통령선거까지 대통령의 도덕성 문제를 끌고가고픈 유혹을 여전히 느끼고 있다. 공화당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 갈지는 이번 선거 결과에 따른 공화당 지도부 개편 여부에 달려 있다 하겠다. 서서히 하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미국경제는 그 책임 문제를 놓고 다시 한번 양당간의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앨 고어 부통령이 차기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부상하는 가운데 이번에 재선에 성공한 공화당의 조지 부시2세 텍사스 주지사의 대통령 후보 가능성이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한편 정치적 위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클린턴 대통령은 외교문제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최근 중동평화협상에서 적극적인 중재역을 수행하고 G7을 통해 세계경제의 안정을 위한 리더십을 행사한 것과 같은 외교적 성과를 축적하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려고 할 것이다.

▼ 의회상대 外交 강화를 ▼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한반도 정책도 주요 관심사 중의 하나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예산배정을 놓고 행정부의 대북한 정책에 강한 제동을 걸었던 벤저민 길만(공화―뉴욕)하원 외교위원장이 재선된 가운데 공화당 지도부는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의 문제점을 보다 강하게 추궁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회복이 급선무인 우리로서는 한반도문제가 민주―공화간의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되어 한반도에 다시금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미행정부와의 정책공조 및 의회에 대한 외교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한<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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