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도로교통안전協 음주 실험

  • 입력 1998년 10월 25일 18시 57분


도로교통안전협회는 지난해 음주운전에 관한 ‘색다른 실험’을 했다. 운전자가 술을 마신 뒤 운전을 하도록 한 것. 실험대상은 30대 중반의 남자 지원자 12명. 이들의 운전경력은 6∼7년, 혈중알콜농도는 평균 0.063%였다.

실험은 충분한 안전장치를 갖춘 자동차전문학원의 운전면허 시험코스에서 면허시험용 차량을 몰도록 하고 컴퓨터로 채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반 횟수 돌발상황 대처능력 등 모든 상황에서 음주는 치명적이었다. 특히 고난도 운전상황에서의 대처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음주후 굴절 S자 T자 구간에서의 평균 소요시간은 음주전보다 15.6% 빨랐으나 비교적 난이도가 높은 주차구간에선 오히려 느렸다. 또 경계선 위반은 음주후(24회) 음주전(11회)보다 크게 늘었다. 운전자들은 공통적으로 음주후 빨리 운전하려했고 운전상황이 어려울수록 실수를 많이 했다.

방향지시등 조작, 일시정지 등 15개 항목의 위반횟수도 크게 증가했다. 평균 3.92회였던 위반횟수가 음주후 7.58회로 늘었고 결국 주행점수는 음주전 83.92점에서 음주후 71.75점으로 떨어졌다.

혈중알코올농도 0.1%인 41세 남자를 대상으로 한 돌발상황 실험에서도 음주전 반응시간은 1.33초였으나 음주후에는 1.62초로 늦어졌다. 그는 운전경력 9년의 노련한 운전자였지만 시속 60㎞에서 돌발상황으로 정차하기까지의 제동거리가 음주전(20.6m)보다 음주후(31.5m)훨씬 늘어났다.

도로교통안전협회 신용균(愼鏞畇)수석연구원은 “실제 음주운전은 주로 야간에 이뤄지지만 이 실험은 낮에 진행됐다”며 “이 점을 감안하면 음주운전시의 실제 대처능력은 실험결과 보다 더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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