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칼럼]인터넷, 전화처럼 대중화될것

  • 입력 1998년 10월 10일 19시 11분


1백20년전 전화기를 발명했을 때 사람들은 전화기의 유용성을 몰랐다. 1876년 ‘웨스턴유니온’은 ‘전보보다 빠르지 않을 것’이라며 이 발명품을 10만달러에 사라는 제안을 거절했다. 발명자인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도 ‘방송용’으로 생각했을 정도라고 전해진다.

자동차도 없고 생활 반경도 주위 지역으로 국한된 당시 정황을 감안하면 벨의 실수는 이해할 만 하다. 전화기가 의사소통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똑같은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인터넷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웹페이지를 통해 콘텐츠를 전달하는 수단 쯤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벨의 실수’를 재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인터넷은 혁명에 가까운 저작도구이며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는 더욱 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E메일이 넘쳐나고 채팅은 폭증한다. 매혹적인 채팅을 통해 한번도 본 적이 없지만 자신과 동질적인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 받는다. 장거리 요금도 들지 않는다. 메시지를 전송하기 전 편집할 수 있다는 점도 채팅이 가진 매력이다.

한 학생은 내게 “사람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채팅을 통해 쉽고 안전하게 사회화하려는 사람들이 채팅방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

내가 알고 있는 한 여성은 ‘비니 베이비’라는 동물 인형을 주제로 한 채팅과 온라인 거래에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우리 회사의 한 여성 매니저도 “내가 채팅방을 찾고 하루에 두 세 시간씩 그것에 몰두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무척 놀랐다”고 털어놨다.

익명성이 허락되는 채팅방에서 일부는 매번 다른 이름을 쓰기도 한다. 이는 때로는 무례하고 무책임한 결과를 낳기도 하는데 반사회적인 행동을 한다 해도 반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모’나 ‘금속X’ 같은 가공의 이름일지라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책임이 따른다.

어쨌든 채팅을 비롯한 인터넷상에서의 사회화는 발전하고 있다.

나는 시각적 이미지를 동원해 자신을 소개하는 등 실제의 세계와 같은 ‘가상세계’를 창조하려는 노력에 흥미를 느낀다.

가상세계가 계속 존재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안에서 투자하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며 다른 사람들과 교류한다. 이는 또한 상거래 등을 활성화해 경제 발전을 유도한다.

가상세계의 잠재력에 대한 탐구는 이제부터다. 나는 시애틀에 있는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소’가 진행중인 가상 암센터 ‘허치월드’의 실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허치월드’는 암센터의 시설뿐 만 아니라 이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구조를 그대로 재현할 것이다. ‘허치월드’는 가상의 시설들을 실제의 시설처럼 배치해 환자와 그 가족이 미리 정보를 습득하고 익숙해지도록 하는 데에도 쓰이게 된다. 센터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다양한 방법도 제공한다.

메시지 구역에 다른 사람을 위해 메모와 가상의 꽃과 초콜릿을 남길 수도 있다. 앞으로 허치월드는 교육과 오락, 상거래 등을 제공할 것이다.

실험결과를 보지 않아도 인터넷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인터넷은 이제 전화와 같은 사회적 매체이며 가상세계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실생활에 제공할 것이다.

〈정리〓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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