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송병순/「은행 전산」선진화 시급

입력 1998-10-07 19:13수정 2009-09-24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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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금융기관은 선진국의 은행과 달리 기업들을 평가하고 시스템에 의해 간접적으로 통제할 만큼 성숙돼 있지 않다. 오히려 교묘한 방법의 파행에 익숙해져 있다.

이러한 은행들을 퇴출 합병 매각하는 진통을 거친 뒤 우리가 얻을 것은 무엇일까. 올해말까지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떼인 돈과 떼일 수밖에 없는 돈의 규모는 2백조원이 넘고 그 돈은 외채나 내채를 다 동원해도 갚을 수 없다.

만약 하느님이 그 돈을 다 갚아준다 해도 지금의 원시적인 금융시스템과 경영구조, 특히 전산시스템을 그대로 방치하면 불과 몇년 안에 똑같은 위기가 재현될 것이다.

전산비즈니스의 꽃이라고 불리는 은행 전산시스템보다 최소한 5배 이상 처리속도가 빠르면서 하드웨어 구축비용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분야가 꼽힌다. 정보기술분야의 기술은 급속히 발전하는데도 은행의 전산기술은 정체돼 있고 인건비는 해마다 인상되기 때문에 저효율 고비용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또 은행 외부나 내부의 불법행위를 막을 보안체계가 불완전하고 시스템 일부의 장애가 은행 전체의 업무마비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이런 은행정보처리체계로는 세계 금융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기 어렵다. 21세기 금융비즈니스를 지원할 수 없으며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충족시킬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도 불가능하다.

이를 극복하려면 은행의 전산정보체계를 거시적인 시스템적 대안으로 재구축해야 한다. 시스템적 대안으로 은행의 전산시스템을 아웃소싱(외부전문업체에 위탁)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전산시스템의 유지보수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해주고 시시각각 발전하는 첨단 정보기술을 신속히 받아들여 즉시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장기적으로는 은행의 전략적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적 대안은 은행 전산시스템이 금융비즈니스를 위한 수단이지 결코 목적이 아니라는 도입 초기의 원론적인 접근에서 시작한다.

새로운 정보화은행을 탄생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기존 은행의 전산센터 설비 및 인력을 국제입찰을 통해 매각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국제입찰에는 유수한 다국적기업들이 참여할 것이며 이는 외자유치 효과와 기존 전산인력의 고용안정 및 신기술 축적 기회, 생산성 향상, 국제금융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꾀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정보화은행을 탄생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대상 은행을 선정하는 것과 동시에 국내 통신네트워크회사와 선진기술을 도입하는데 유리한 외국회사 등이 망라된 시스템전문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회사로 하여금 선정된 은행의 정보체계를 위탁운영하도록 하는 아웃소싱을 진행한다. 정보체계를 위탁받은 시스템전문회사는 자체 자본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선정된 은행의 전산체계를 시스템전문회사의 시스템에 이전시키고 기존 시스템을 정리하는 순서를 밟는다.

이러한 전산시스템전문회사가 운용되면 은행은 고객의 요구에 실시간 대응이 가능해지고 24시간 영업까지도 가능해진다. 은행은 자체 전산부서를 시스템전문회사에 통합함으로써 전산실의 임의 재해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고 보안체계에 보다 완벽을 기할 수 있게 된다.

또 전산시스템 공급업체와의 교섭에 소모하던 자원을 은행의 핵심전략에 투입할 수 있어 신속한 금융비즈니스와 세계 금융시장 변화에 적시 대응이 가능하고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금융인들은 창조적인 비즈니스 인력으로 성장할 것이며 미래의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송병순(MBS정보화硏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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