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행파업 안된다

  • 입력 1998년 9월 27일 19시 58분


은행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을 둘러싼 노정(勞政)갈등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과 박인상(朴仁相)한국노총위원장의 회동을 계기로 노정이 가급적 대화를 통해 현안을 풀어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는데 그나마 한가닥 기대를 걸어본다. 그래도 아직은 살얼음판이다. 은행의 총파업이 실제로 단행될 경우의 파괴력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큰 탓이다.

그런데도 금융노련이 29일 총파업 방침을 철회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더구나 정부가 당초 방침에서 크게 후퇴해 노조측의 요구를 사실상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인데도 오늘 저녁부터 철야농성에 돌입한다는 강경자세다. 대화의 길이 열려 있는 노사협상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무엇을 위해 투쟁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금융구조조정은 수많은 경제개혁과제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과제다. 그 성패여부는 과감한 조직개편과 인력감축에 달렸다. 이는 은행 경쟁력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구조개혁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도 하다. 금감위가 은행구조조정과 인원감축의 불가피성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신축적인 자세를 보이기로 한 것은 중대한 태도변화다. 어떻게 보면 금융개혁의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은행이 총파업에 들어갔을 때의 금융대란을 우려한 나머지 양보해서는 안될 부문까지 양보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물론 노조측으로서도 무려 40%에 이르는 인원감축문제를 그냥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조정만이 은행을 살려낼 수 있고 장기적인 고용안정도 기대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노조측이 밝힌 대로 2000년까지 자체적으로 인원의 자율조정을 하겠다는 것은 구조개혁을 않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은행구조조정에는 막대한 국민세금이 투입된다. 부실요인을 그대로 놔두고 재정지원만 바란다면 국민은 퇴출쪽을 택할 것이다.

금융노련은 29일의 총파업방침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노사협상을 통한 대화와 합의로 현안들을 풀어가야 한다. 감원문제만 하더라도 이미 정부가 크게 양보한 처지다. 퇴직위로금 지급문제도 협상의 여지가 얼마든지 남아 있고 이견도 크게 좁혀졌다.

은행파업은 한마디로 금융시스템의 마비를 의미한다. 국민경제는 물론 대외신인도에 미칠 파장과 악영향이 이만저만 크지 않을 것이다. 그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지겠다는 것인지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을 거치지 않은 불법파업은 용납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공권력이 엄정하게 대처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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