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특집]경기향방「오리무중」 집값전망「십리무중」

  • 입력 1998년 9월 11일 10시 46분


《올 하반기 이후 3∼4년 동안 집값은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의 전망은 대체로 두 갈래로 나뉜다. 올 6월말 가격 수준에서 소폭 오르내리면서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리라는 관측이 있다. 반면에 차츰 오르다가 2000년대 초에 입주물량 부족 등으로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부동산 시세 동향에 크게 영향을 미칠 기업 및 금융기관 구조조정 속도,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 주택물량 수습급에 대한 해석도 다르다.》

▼높은 주택보급률〓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국내 주택보급률(추정치)은 92%. 서울이 71.4%로 가장 낮고 수도권 전체는 81.9%.

주택보급률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 다가구주택 상가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을 감안하면 실제 주택보급률은 훨씬 높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서울주택보급률은 다가구주택 42만6천가구를 포함하면 85.5%, 상가주택(12만7천여가구)과 주거용 오피스텔(3천6백여가구)까지 더하면 88.7%에 이른다.

이 연구원 장영희(張英姬)사회개발연구부장은 “나머지 11.3%는 단칸방 거주가구나 최저 주거기준 미달가구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장부장은 “이들은 앞으로 3∼4년 동안 주택 구매력이 없으므로 가격을 끌어올리는 변수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높은 자가보유율〓국토개발연구원 윤주현(尹珠賢)연구위원은 ‘95년도 인구 및 주택 센서스’와 최근 수도권 주거실태 조사결과를 토대로 작년말 현재 자가보유율을 53.3%로 추정했다.

세계은행(IBRD)이 조사한 90년 기준세계 평균 50%보다 높고 미국 일본 프랑스와 맞먹는 수치다.

▼입주예정 물량〓부동산뱅크는 올해 신규입주 주택물량을 △전국 48만2천가구 △수도권 22만6천가구로 추정했다. 전국적으로는 90년 이후 가장 적으나 수도권은 22만6천가구로 작년(26만2천가구)에 비해 감소폭이 크지 않다. 올해 입주물량의 67%가 하반기에 몰려 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金聖植)연구위원은 “90년 이후 연간 60만가구가 꾸준히 분양돼 현재 잠재적 공급과잉 상태”라고 말했다.

김위원은 “향후 매년 30만∼40만가구가 꾸준히 공급되면 2000년초까지 집값이 폭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곧 조정국면이 시작돼 내년 하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산층의 구매력〓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조창희(趙昌熙)연구위원은 “부동산 가격거품이 거의 다 빠진 상태에서 정부가 통화량 증가를 통해 경기부양 의지를 보이고 있어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전망했다.

조연구위원은 “내수 중심의 성장전략과 미국의 금리 인하 등 외부요인이 맞물리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부동산시장에 자금이 몰리게 된다”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張成洙)연구실장은 “가계소득이 줄었으나 집값 역시 떨어져 중산층 이상의 주택 구매력이 살아있다”며 “현재 채권시장에 몰려있는 이들 계층의 자금이 부동산 경기가 회복하면서 주택시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를 편다.

김실장은 “이런 대기수요가 신규분양 물량 감소와 맞물려 집값이 완만한 오름세를 타다가 경제 전체가 안정궤도로 접어드는 2000년경 급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뱅크 김우희(金佑姬)편집장은 “9월말이후 두달간 조정기를 거친 뒤 보합세를 유지하다가 지하철 6,7호선과 분당선이 개통되는 2000년 가을 이사철에 가파르게 상승해 작년 11월 가격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규분양 격감〓장실장은 “올해 분양물량이 당초 목표(50만가구)의 70%에 불과한 35만가구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일본처럼 3∼4년 뒤 집값이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80년 이후 4∼5년간 주택 공급이 예년의 1백50만가구에서 1백10만∼1백20만가구로 줄어들자 80년대 중반에 집값이 폭등한 적이 있다.

장실장은 “11만가구의 미분양물량은 대부분 주택경기가 살아나더라도 소진되기 어려운 물량이라서 그만큼 공급과잉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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