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비탈 소나무 밑동 그늘에 『송이, 너로구나』

입력 1998-09-09 19:29수정 2009-09-25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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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짙은 솔향기를 맡으며 소나무 숲속을 걸었다. 20여분 산을 올랐을까. 보라빛 송이풀이 숲안에 지천이다. 우뚝 선 적송(赤松)을 발견한 안종선씨(47·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명지리)가 심상치 않다는 듯 나무 막대기로 풀섶을 조심스레 헤집었다.

갓난아기 주먹만한 송이가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다. 무려 여섯개. 허리를 접어 얼굴을 가까이 하니 알싸한 송이향이 코 끝에 걸린다. 다칠세라 살살 땅을 팠다. 튼실한 송이 몸통이 드러났다. 키가 10㎝는 족히 됐다.

10살때부터 송이를 땄다는 안씨. 송이 철이 되면 노심초사 걱정이 많다. “여름비 흠뻑 맞은 송이가 가을햇빛에 잘 익어야 할텐데…”.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더우면 더워서 송이 걱정이다. 송이 값이 금값인지라 밤도둑 단속도 큰 일이다.

어릴땐 송이따기가 놀이요, 돈벌이였다. 나무하러 산에 갔다가 우연히 만나는 송이. 싸리바구니에 담아와 짚으로 엮어 한두름씩 시장에 내다 팔았다. 그러다 급기야는 농사에 버금가는 수입원이 됐다. 한국 송이 맛에 반한 일본 사람들이 70년대 본격적으로 송이를 수입하면서다.

송이채취는 쉽지 않다. 해마다 피어나는 장소를 정확히 알고 있는 전문 채취농들이라야 돈벌이 될만큼 딴다. 그래서 송이밭은 모두가 비밀로 한다. 오죽하면 부자간에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했을까. 발자국 조차 남기지 않으려고 나뭇가지나 돌만 밟으며 살금살금 걸어다닌다고 한다. 낱송이(홀로 피어있는 송이)도 반갑지만 줄송이(송이가 한줄로 좍 피어있는 송이)나 방석송이밭(송이가 방석처럼 한꺼번에 피어있는 송이)이라도 만나는 날이면 산삼 발견한 심마니가 부럽지 않다.

안씨 같은 전문가는 멀리 산세를 보거나 소나무 색깔만 봐도 어디쯤 송이가 묻혀 있는지 감이 잡힌다고 한다.

“산 7∼8부 능선에 있는 소나무숲중 급경사지역에 잘자랍니다. 그중에서도 새벽기온이 섭씨 16∼17도로 떨어지고 최고기온이 23도는 넘지 않아야 송이머리가 땅위로 보이지요. 키가 6∼7m 되는 20∼30년생 소나무밑이 송이가 자랄 가능성이 높은 곳 입니다. 송이를 발견하면 나무꼬챙이로 흙과 함께 퍼올려야 합니다”

안씨가 전해준 송이채취 요령이다. 단단한 육질과 뛰어난 향으로 가을이 되면 미식가들의 혀끝을 애무하는 ‘산속의 쇠고기’ 송이. 양양 울진 봉화 강릉 고성 등 강원도 일대가 국내 주요 송이산지다. 양양에서는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산림욕하며 보물 찾기하듯 송이를 따는 ‘송이축제’가 펼쳐진다. 봉화에서는 26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양양〓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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