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더타임스]러리사 전격改閣의 배후인물

  • 입력 1998년 8월 29일 10시 31분


17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통화정책을 사실상 포기했다. 23일에는 세르게이 키리옌코내각을 물러나게 하고 3월에 해임했던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전총리를 다시 불러들였다. 이번 개각으로 개혁주의자들의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옐친대통령은 왜 개혁의 걸림돌인 신흥 독점재벌들과 친한 체르노미르딘을 복귀시켰을까. 공산당이 다수인 하원(국가두마)과의 협력관계를 회복하려는 정치적 의도에 따른 것이다. 체르노미르딘은 젊은 개혁주의자 키리옌코와 달리 하원에 비중을 뒀다. 옐친대통령은 또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한 세제개혁의 법제화를 끝내 저지한 세력을 받아들였다. 세제개혁이 제때 이뤄졌으면 루블화는 폭락하지 않았을 수 있다.

보리스 넴초프 니즈니 노브고로드 주지사는 부총리직을 떠나며 “러시아 정계에는 아직 전제주의 요소가 남아있고 내부에서 모종의 음모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돌연한 개각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언급하지 않았으나 대다수 러시아 국민은 신흥재벌 보리스 베레조브스키가 관련됐다고 믿고 있다.베레조브스키는 자신이 이끄는 미디어그룹을 이용해 정부를 계속 공격해 왔다. 그가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석유 및 가스생산시설은 키리옌코, 넴초프, 아나톨리 추바이스 등 개혁주의자들이 추진한 세제개혁의 최우선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는 넴초프가 일컫는 ‘경쟁도 규칙도 없고 독점만 존재하는 지저분한 시장’의 최대 수혜자다. 결국 소수 독재정치를 신봉하는 체르노미르딘의 복귀는 베레조브스키의 승리를 뜻한다.

〈정리·파리〓김세원특파원〉 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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