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중금속 한약재

  • 입력 1998년 8월 26일 19시 29분


더위나 과로 등으로 지쳐 몸이 허약해졌을 때 한방에서는 기(氣)를 돋우는 보기재(補氣材)의 하나로 황기를 사용한다. 한의사들에 따르면 기력을 북돋울 필요가 있는 환자의 70% 정도에게 황기가 포함된 처방을 한다고 한다. 전체 환자로 환산하면 40% 정도라니 중요한 약재에 해당된다.

▼식품의약청이 서울 경동시장과 대구 약령시장 등에서 팔리는 한약재를 검사한 결과 황기를 포함해 말린 생강 등 7종 32개 품목에서 표백제와 중금속이 다량으로 검출됐다는 보도다. ‘부정식품’에 이어 ‘부정약재’라는 신조어가 국어사전에 올라야 할 개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병을 낫게하기 위해 약을 먹는데 표백제와 중금속이 함유된 약재를 먹고 오히려 병을 만들지나 않았는지 걱정이다.

▼‘부정약재’ 중에는 표백제를 사용해 하얗게 만든 말린 생강도 포함돼 있다. 그냥 말리면 볼품이 없으므로 상등품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표백제를 썼다고 한다. 갈근탕의 원료인 칡뿌리도 표백제를 사용해 상등품처럼 보이도록 했다니 이를 제조하고 판매한 검은 상혼에 할 말을 잃는다. 치유할 수만 있다면 이들 검은 상혼에게 표백제를 듬뿍 넣은 생강차나 갈근탕을 먹여 하얗게 만들고 싶은 심정이다.

▼얼마전 말복을 앞두고 터져나온 제약회사 실험용 병든 개의 시판 사건으로 대부분의 보신탕집은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겨 큰 손해를 입었다고 한다. 표백제 중금속이 포함된 일부 한약재 때문에 한약재시장과 한방 전체로 불신이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소수의 검은 양심 때문에 공동체 전체가 피해를 보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엄중한 처벌이 요청된다. 부정약재제조는 생명과 직결된 가증스런 범죄다.

임연철<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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